▶마켓인사이트 1월 8일 오전 9시26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이 글로벌 반도체 회사와 합병하는 데 성공했다. 아시아권 PEF가 나스닥에 조성한 스팩을 통해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스팩인 에이스컨버전스(ACE Convergence)는 이날 실리콘밸리에 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기업 아크로닉스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에이스컨버전스는 한국 PEF 운용사인 에이스에쿼티파트너스(에이스PE)가 M&A를 목적으로 지난해 7월 나스닥에 상장시킨 2억3000만달러(약 2513억원) 규모의 스팩이다. 합병 완료 및 상장 거래 시점은 3월 중순이다. 아크로닉스의 기업 가치는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 수준이다.
2004년 설립된 아크로닉스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설계 전문 회사로 이 분야에서 세계 5위권에 들어 있다. 글로벌 FPGA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자일링스, 인텔과 더불어 최첨단 FPGA 및 eFPGA(IP 비즈니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업계 최상위권의 수익성을 자랑한다. 매출은 2018년 670억원에서 지난해 115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매출은 17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이 아크로닉스의 주요 고객사다.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제품에 IP 라이선스를 공급하고 있다.
FPGA 반도체는 대규모, 고속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만큼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머신러닝, 5세대(5G) 통신 등의 분야로 활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FPGA 산업은 2015년 인텔의 알테라 인수(약 20조원)를 시작으로 2020년 AMD가 FPGA 시장 점유율 1위 회사인 자일링스를 약 39조원에 인수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에이스PE는 아크로닉스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토대로 기존에 투자한 정보기술(IT), 5G 통신 관련 기업과의 시너지를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출신인 고영만 대표가 2017년 설립한 에이스PE는 IT, 5G, 반도체, 2차전지 등 산업기술에 투자하는 프로젝트펀드 기반의 PEF 운용사다. 고 대표는 지난해 나스닥시장에 스팩을 상장한 뒤 8개월여 만에 조 단위 합병을 성공시켰다. 에이스PE의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국내 반도체 후공정 업체 테스나, 시스템통합 업체 한국정보기술, 미국 전고체 배터리기업 솔리드파워, 캐나다 소재 초소형 정밀기계(MEMS) 업체 프리사이즐리 등이 있다. 에이스PE의 누적 투자액은 약 3조원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