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상화폐, 원유 등 대부분의 자산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대규모 유동성을 쏟아내면서 “모든 게 오르는 시장(everything rally)이 형성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과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이날 나란히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가상화폐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처음으로 4만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2일 3만달러 벽을 깬 지 불과 5일 만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의 2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50.83달러로 11개월 만의 최고치로 마감했다.
‘자산 랠리’는 시중 유동성이 급증한 가운데 미국 등 경기가 올해 급반등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의회의 최종 인증을 받으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투표에서 승리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차지하는 ‘블루 웨이브’가 완성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민주당이 증세와 규제 강화를 선호하지만 경기 진작을 위해선 대규모 부양안을 먼저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자산운용사 베어링스의 크리스토퍼 스마트 글로벌 수석전략가는 “이전보다 큰 규모의 재정 부양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별 주식 종목 중에선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단기간에 워낙 급등해서다. 이날도 7.94% 뛴 816.0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7735억달러로 페이스북(7655억달러)마저 따돌렸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에 이어 시총 순위 5위로 올라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테슬라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머스크의 순자산은 1850억달러로 2017년 10월 이후 3년여 동안 1위를 지켰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1840억달러)를 제쳤다고 CNBC가 전했다. 머스크의 자산은 스톡옵션을 통한 미실현 장부상 이익도 42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머스크의 순자산은 작년 초만 해도 50위권에 간신히 드는 270억달러에 그쳤다. 작년 7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을 넘어 부호 순위 7위를 차지했고 11월에는 빌 게이츠 MS 창업자까지 제치고 2위에 올랐다. 머스크는 자신이 세계 최고 부자가 됐다는 소식을 듣자 트위터에 “별일 다 있네”라고 띄웠다가 “진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곳에 기부할 방법을 알려달라”고 썼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