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코로나19 확진자도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교사 임용시험 응시생들도 “확진자의 응시권을 보장하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립교사 임용시험 1차 합격자 두 명은 이날 코로나19 확진자는 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교육부 공고에 대해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다. 오는 15일부터 공립 초등교사 임용 2차시험이, 20일부턴 공립 중등교사 임용 2차시험이 치러진다.
앞서 올해 변호사 시험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있었다. 당초 법무부는 지난 5일부터 오는 9일까지 진행되는 제10차 변호사 시험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응시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자 일부 변호사 시험 수험생들이 지난달 29일 직업선택의 자유 등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헌재는 지난 4일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결국 변호사 시험 시작일을 하루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들도 변호사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방침이 바뀌게 됐다. 변호사 시험 응시생 중 실제 코로나19 확진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만큼, 별다른 혼선은 없었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이번 교사 임용시험에 대한 가처분 신청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응시 기회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다른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주최하는 시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임용이나 채용 등 시험을 준비하는 기관들은 변호사 시험 관련 헌재 결정에 따라, 확진자들을 위한 별도의 고사장 등 응시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대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가깝게 방역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수능 당시 유증상 수험생과 격리자, 확진자를 위한 별도의 시험장을 마련했으며 시험장 출입 전에 반드시 손 소독과 체온 측정을 해야 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응시 기회가 부여되면, 감염병 확산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시험을 치르기 위해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속이는 행위 등을 예방할 수 있어, 평등권을 달성한다는 법적 차원을 넘어 방역 차원에서도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이미 ‘확진자 응시 불가’ 방침에 따라 시험이 진행된 경우엔 소송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서울 노량진 학원가 집단감염 사태 와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응시생 67명이 교원 임용 1차시험에 응시하지 못했다.
이들 중 일부는 현재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법무법인 산하가 이들을 대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