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수요가 연초부터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또 막힐 수 있다는 공포가 불러온 일명 '패닉(공황) 대출'이다.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은행당 월간 신용대출 증가액(2조원) 제한이 주간 단위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133조9927억원이다. 올 들어 이틀 간 3445억원이 늘었다. 새해 첫 영업일인 4일 2798억원, 5일 647억원의 대출이 집행됐다.
연말 중단됐던 신용대출이 재개됐다는 소식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대출 재개 소식에 언제 또 막힐지 모른다는 불안이 금융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더 늦기 전에 대출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수요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평소보다 3~4배 많은 신용대출 한도 증액 문의가 있었다"며 "기존 대출의 한도를 최대로 늘리거나 마이너스통장을 신규 개설하는 수요"라고 말했다.
통상 신용대출은 연말에 늘어난다. 자영업자들은 결제를 위한 자금이, 개인은 새해를 준비하기 위한 목돈이 필요해서다. 연초에는 예금과 적금 등 수신 규모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스피 3000시대 개막 등 투자 수요로 자금이 흘러가면서 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5일 69조4409억원으로 70조에 육박했다. 역대 최고치다.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고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를 이어가는 동시에 월 단위 신용대출 증가액을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대출을 지금보다 더 옥죌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증가세를 지켜보고 있다.
월 단위로 관리되는 신용대출 증가액을 주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대출 중단을 우려한 금융소비자들이 월초 대출에 적극 나서는 만큼 대출 수요를 분산해 자영업자 피해를 줄일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지만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급격한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는 동시에 자영업자 지원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 말했다.
윤진우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