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작품성 있는 외국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한다. 호주영화 '나이팅게일'가 지난달 30일 선보인 것을 비롯, '완벽한 가족'(6일)'미스터 존스''래시 컴 홈'(이상 7일)들이 공개된다.
■나이팅게일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마을에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나이팅게일이라 불리는 '클레어'(아이슬링 프란쵸시)는 어느 날 영국군 장교 '호킨스'(샘 클라플린)에 의해 남편과 아이를 잃는다. 클레어는 처절한 복수를 다짐하며 북부로 떠난 호킨스를 맹렬히 뒤쫓기 시작한다.
제니퍼 켄트 감독이 영국의 호주 지배와 폭력의 시대를 탐구한 시대극이다. 영화는 클레어의 분노와 함께 클레어와 흑인 원주민 ‘빌리(베이컬리 거넴바르 분)’이 연대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물과 기름 같던 두 사람이 극한 상황 속에서 힘을 합치는 모습을 재미있게 그려낸다.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폭력의 뿌리를 탐색하고, 폭력의 순환 고리를 끊는 방법도 모색한다.
이 작품은 제75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신인배우상을 받았다. 제9회 호주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 6관왕을 차지했다.
■완벽한 가족
루게릭 병으로 죽어가는 릴리(수잔 스랜든)의 안락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가족이 갈등을 거쳐 조금씩 화음을 찾아간다.
각 세대를 대변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볼거리다. 릴리 역 수잔 서랜든과 함께 모범생 첫째 딸 제니퍼 역에는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 둘째딸 애나 역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토커'에서 주연한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나섰다. 제42회 밀 밸리 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흥행 로맨틱코미디 '노팅 힐'의 로저 미첼 감독의 신작.
■미스터 존스
히틀러를 인터뷰한 최초의 외신기자 '가레스 존스'(제임스 노턴)의 실화를 옮겼다. 1930년대 초 영국 기자 존스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선전하는 소련의 스탈린을 취재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가지만, 그의 지인들은 죽거나 오히려 취재를 방해한다. 도청과 납치, 미행과 위협 속에서 존스는 우크라이나에서 ‘홀로도모르(Holodomor)’의 참상을 목격한다. 홀모도모르는 1932~1933년 우크라이나에서 대기근으로 수백만명이 아사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소련은 진실을 감추고 “5개년 계획으로 협동농장 효율성이 높아졌고, 농부들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선전했다.
존스는 고국으로 돌아와 기사로 쓰지만,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류 언론과 정치인들은 존스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간다. 그의 기사를 소설에 반영한 조지 오웰 등 극소수만 존스의 말을 믿는다.
영화는 진영주의에 물들어 진실을 감추는 언론과 정치인을 비판한다. 존스가 폭로한 진실은 소련이 무너지고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1991년에야 공식 확인된다.
'유로파 유로파''토탈 이클립스' 등으로 유명한 폴란드의 거장 아그네츠카 홀란드가 연출했다.
■래시 컴 홈
소년 플로와 천재견 래시 간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이야기. 집안 사정으로 다른 사람에게 맡겨진 후 팔려갈 위기에 처한 래시가 탈출하고, 플로는 래시를 찾기 위해 용감한 모험을 떠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돌아온 래시'를 원작으로 만든 독일 영화다. 영국 소설가 에릭 나이트가 자신의 반려견 콜리 '투츠'에게서 영감을 받아 쓴 원작 소설은 1943년 MGM에서 영화화해 흥행에 성공한 후 여러 버전으로 리메이크됐다.
래시는 2005년 미국 버라이어티지가 선정한 '지난 100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스타 상위100위'에 포함된 유일한 동물이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