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 금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 145억원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영화 같은 일이 발생했다. 사라진 현금이 모두 5만원짜리라고 가정해도 29만1200장으로, 무게만 280㎏이 넘는다. 경찰은 최소 두 명 이상이 공모해 범행을 벌였을 것으로 보고, 금고관리를 맡아온 말레이시아 국적의 여성임원 A씨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7일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람정)는 지난 4일 카지노에 보관 중이던 돈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자금관리 담당 A씨를 횡령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지난해 말 휴가를 떠난 뒤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 연락도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에 들어갔지만 현금을 빼돌릴 당시 폐쇄회로TV(CCTV) 등이 이미 지워져 있어 돈의 행방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사라진 돈의 무게와 부피를 감안하면 운반 방법과 행방 등이 의문투성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 지폐의 규격은 가로 15.4㎝, 세로 6.8㎝로, 100장으로 묶으면 높이는 1.1㎝다. 10㎏들이 사과박스에는 5만원 지폐 약 12억원을 채울 수 있다. 사라진 돈 145억6000만원을 사과 상자에 넣으려면 상자가 12개 넘게 필요하다. 상자 한 개 무게도 약 23㎏이나 된다. 여성 혼자서는 옮기기 어렵다.
돈의 행방은 더욱 미스터리하다. 이 돈을 갖고 항공편으로 출국하기는 어렵다. 달러 등으로 환전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택배를 이용한다고 해도 세관에서 덜미를 잡힐 가능성이 크다. 선박을 이용해 외국으로 빼돌릴 수 있지만 전문 범죄집단과 연계되지 않고는 쉽지 않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라진 현금이 아직 제주도 내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광주=임동률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