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마켓이 판매 중인 ‘무항생제 한돈 명품 꽃삼겹(300g)’의 가격은 7800원(7일 기준)이다. 1년 전과 같은 가격이다. 농어민들의 직송 플랫폼으로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미스터아빠’는 섬초로 불리는 남해 시금치를 1년 내내 같은 가격으로 판다. ‘금(金)파’가 돼 버린 겨울 대파도 연중 같은 값이다.
오아시스 마켓컬리 정육각 미스터아빠 등 식품 유통 벤처들이 산지직송을 무기로 가격 변동폭을 최소화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먹사치’가 대세가 되면서 오프라인에서 신선식품 가격이 연일 득달같이 오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거침없이 오르는 신선식품 물가
일반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맞닥뜨리는 ‘장바구니 물가’는 ‘악’ 소리가 날 수준이다. 대형마트 A사에 따르면 한우 등심 가격은 1년 전 대비 18.9% 올랐다. 삼겹살(100g 기준) 역시 25.3% 뛰었다. 축산물 중 내린 건 닭고기(하림 백숙용 생닭)뿐으로 1년 전보다 4.8% 하락했다.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인해 양파값도 2.5㎏망 기준으로 20.3% 상승했다. B사에선 생갈치 가격이 1년여 전과 비교해 10%가량 올랐다.
위메프 신선식품 담당 상품기획자(MD)는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들 입국이 제한되면서 산지 인건비가 엄청 오른 것도 신선식품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귀띔했다. 대형마트들은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특정 물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값이 비싸진 갈치 대신 참조기 할인 행사를 기획하는 등 대체 소비를 유도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팜에어·한경 한국농산물가격지수(KAPI: Korea Agricultural product Price Index)’는 전주(150.09)보다 10.12% 오른 168.64를 기록했다. KAPI는 농산물 가격 분석·예측 기업 팜에어가 작성하고 한국경제신문이 발표하는 국내 최초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농산물 가격지수다. 국내 농산물 도소매시장에서 거래량과 대금을 기준으로 상위 22개 품목 거래 가격을 ㎏ 단위로 표준화한 뒤 산출한다. KAPI는 지난해 11월 28일 바닥(107.81)을 찍은 후 6주째 상승 중이다. 41일 만에 56.4% 올랐다. 이달 초 농산물 물가는 역대 1월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매가가 상승하면서 식당 주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식품업계에선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요즘 각광받고 있는 밀키트 가격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급변하는 신선 유통 시장장바구니 물가 오름세 속에 주목받고 있는 것은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이다. 오프라인 소비에 비해 규모는 아직 미미하지만 가격 변동폭을 최소화하면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오아시스에서 판매 중인 ‘자연이란 동물복지유정란(10구)’ 가격은 299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0원(3%) 오르는 데 그쳤다. 마켓컬리가 판매하는 콩나물 가격은 작년 7월(통계 집계 시작) 대비 변동이 없다.
갑작스러운 한파로 배들이 출항을 못 해 값이 큰 폭으로 뛴 가리비 역시 미스터아빠에선 2㎏에 7900원이다. 대형마트 판매가의 3분의 1 수준이다.
스타트업들이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산지와의 직계약에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민이나 어민이 대형마트에 직접 납품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대부분 중간에 경매·중매업체가 끼어서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소분(小分), 운송, 물류센터 보관 비용 등이 공급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동휘/박종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