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파 대거 체포에 EU·중국 투자협정도 흔들

입력 2021-01-07 15:00
수정 2021-01-07 15:02

홍콩 경찰이 범민주 인사들을 대거 체포하면서 지난주 양측 정상이 합의한 유럽연합(EU)-중국 간 투자협정의 최종 타결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른트 랑어 EU의회 무역위원회 대표는 "EU의회가 홍콩의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투자협정에 있어서도 정치적 자유와 인권 문제를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회 위원장 등은 지난달 30일 양측 기업의 상대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투자협정에 합의했다. 이 협정은 EU 구성국 27개국과 EU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효력이 발생한다. 양측 정상의 합의 당시에도 인권 문제를 중시하는 EU의회에서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홍콩은 전날 범민주 인사 53명을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해 6월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단일 사안으로 최대 규모의 구금이었다. 홍콩 경찰은 이들이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랑어 위원장은 "이번 투자협정에서 중국은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 협약 준수를 노력하기로 하는 등 인권 문제가 분명히 포함돼 있다"며 "홍콩의 조치는 투자협정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전 벨기에 총리인 기 베르호프슈타트 의원은 "홍콩과 위구르 등의 인권 개선을 위한 약속과 증거 없이는 협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출신인 하파엘 글룩스만 의원은 "홍콩 민주주의가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는데도 EU 집행부는 장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EU집행위는 인권과 무역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에릭 메이머 수석대변인은 "이번 합의는 투자 부문에 한정된 것이며 EU는 법치와 민주주의에 관해선 별도의 대화 채널을 통해 중국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방 주요국에선 홍콩의 체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홍콩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며 "영국은 홍콩인들에게 영국에서 거주하고 일할 권리를 계속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캐나다도 "정치적 다원주의를 심각하게 억압하는 것"이라며 체포된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