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합병증 유발하는 조산, 조기탐지·방지 전자약 개발"

입력 2021-01-07 13:49
수정 2021-01-07 13:50

국내 연구진이 자궁경부에 삽입해 자궁 수축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고 자궁 수축을 억제하는 비침습형 전자약(Electroceutical)을 개발했다.

전자약은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약물 대신 전기, 빛, 초음파로 신경회로를 자극해 대사 기능을 조절, 신체의 항상성을 회복·유지하는 치료법을 의미한다.

안기훈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팀과 이수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박사팀은 7일 공동연구로 자궁경부에 삽입해 조산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도넛 모양의 비침습형 전자약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조산은 전체 임신의 12.7%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발생하고 이른둥이에게 사망이나 신경학적 장애 같은 합병증, 발달장애 호흡기 합병증 등을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이다. 하지만 조기 진단이 어렵고, 비싸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자궁수축억제제 같은 화학 치료제를 투여하는 것 외에는 치료법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연구팀은 유연하고 생체친화적인 소재를 이용해 임신부 자궁경부에 비침습적으로 삽입한 후 자궁 수축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조산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도넛 모양의 신경전극을 개발했다. 이 신경전극은 자궁 수축 신호를 감지한 후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전기신호를 발생하도록 설계됐다. 교감신경이 자극되면 자궁 내 근육이 이완돼 자궁 수축을 억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조산을 유발한 쥐와 돼지 모델을 활용한 동물실험에서 이 전자약의 안전성과 기능을 검증했다고 말했다. 실험 결과 전자약을 통해 발생시킨 전기자극이 자궁 수축 현상을 지연하고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전자약 제작에 인체에 무해한 생체진화적 소재를 사용했고 전기자극 때 발생하는 전자파 등 다른 요소들도 현행 안전기준에 맞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조산 위험군을 시작으로 단계별 임상시험을 거쳐 임신부들에게 적용할 계획이다.

안 교수는 "이 전자약은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자궁 수축에서 조산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이를 임신부에게 알려줄 수 있다"며 "이 자궁수축 조절 의료기기를 통해 조산으로 인한 영아 사망 및 후유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수현 KIST 박사는 "개발된 도넛 형태의 전자약은 기존 화학적 약물 기반의 치료법이 아닌 전기 자극을 이용해 자궁 수축을 억제하는 치료기기"라며 "향후 범부처의료기기 사업과 같은 정부 지원을 받아 임상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학술지(IEEE Transactions on Neural Systems and Rehabilitation Engineer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