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고성·폭력…전세계 생중계된 美민주주의 붕괴 현장

입력 2021-01-07 10:26
수정 2021-01-07 10: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조 바이든 착기 대통령 당선인은 즉각 해산을 요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애국자들'이라 부르며 두둔했다.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현지 언론들은 의회의사당 진입을 막기 위해 쳐놓은 바리케이드도 지지자들에겐 소용없었다고 보도했다. 외벽을 타고 의사당 건물에 오르는가 하면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이들까지 미국 민주주의와 공권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현장이 전 세계에 생생하게 생중계됐다.


이날 오전 트럼프 지지자들 시위가 워싱턴DC 곳곳에서 시작됐으나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 열린 지지 시위에서 연설하면서 '승복 불가' 입장을 재천명하긴 했지만 비교적 차분하게 집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지지자들이 상·하원 합동회의 개시 시간인 오후 1시에 맞춰 의회로 행진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회의 개시 즈음 수백 명이 주변의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으로 진입했다. 대부분 백인 남성이었고 경찰 제지도 소용없었다고 WP는 전했다.


이들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의사당 건물로 내달렸다. 갑작스러운 난입에 경찰이 허둥대는 사이 일부가 의사당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시위대가 의사당 외벽을 타고 오르는 장면은 물론 유리창을 깨 내부로 난입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들의 난입에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 중이던 상·하원은 긴급 휴회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사당에 집결해 있던 의회 요인들은 경호인력 안내 하에 급히 대피했다.


일부 시위대는 상원 회의장까지 들어가 상원의장석까지 점거했다. 일부는 "우리가 (대선에서) 이겼다"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하원 회의장 앞에서는 시위대가 밖에서 밀고 들어가려 하자 안에서 경호인력이 기물로 문을 막고 권총을 겨누며 대치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까지 동원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경찰도 시위대와의 대치 과정에서 여럿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유지하라'는 트윗만 올릴 뿐 해산을 촉구하지 않았다. 그러다 오후 4시17분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로 "지금 귀가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폭력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입장 표명은 없었다. 오히려 대선이 사기였다고 재차 주장하면서 "여러분이 어떻게 느끼는지 안다"고 말하는 등 시위대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시위가 아니라 반란"이라며 즉각 해산을 요구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CNN 등 현지언론으로 중계된 델라웨어 윌밍턴 연설에서 "이건 시위가 아니라 반란 사태다. 다른 많은 미국인이 지켜보듯 세계가 보고 있다"며 해산을 요구했다.

그는 이날 "원래 경제 연설을 하기로 했지만 당신들 모두가 (현재 상황을) 보고 있다"며 "지금 이 시각 우리 민주주의는 전례 없는, 현대에 우리가 본 모든 것과도 다른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자유의 성채인 의회 자체에 대한 공격이자 국민의 대표에 대한 공격이다. 본 적 없는 법치주의에 대한 공격이자 성스러운 미국인의 약속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의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진짜 미국을 반영하지 않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대변하지 않는다. 무법에 헌신하는 소수의 극단주의자들"이라며 "이건 반대가 아니라 난동이고 혼란이다. 폭동 선동과 닿아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반드시 지금 끝나야 한다. 나는 이들에게 물러나서 민주주의가 앞으로 작동하도록 용납하기를 촉구한다"고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도 "얼마나 좋고 나쁜 대통령이든 대통령의 말은 중요하다. 맹세를 지키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이 포위 중단을 요구하러 지금 당장 국영 방송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