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원액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오랫동안 품귀현상을 빚어온 일본의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산토리홀딩스는 2010년부터 대부분의 자사 위스키 브랜드에 적용해 온 출하제한을 11년만에 완화하기로 했다. 지난 5년간 350억엔(약 3698억원)을 들여 생산능력과 저장설비를 꾸준히 늘린 결과다.
산토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이후 가정용 수요가 늘어나는데 맞춰 단계적으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버블(거품)경제 기간 동안 전성기를 맞았던 일본 위스키 시장은 버블 붕괴의 직격탄을 맞았다. 1983년 38만㎘를 정점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 2008년에는 전성기의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선물용 위스키 수요가 사라지고 소주와 와인 등 주종이 다양해진 탓이었다.
산토리 등 일본 위스키 업체들도 수요 급감에 대응해 생산설비를 대폭 축소했다. 반전이 일어난 건 2008년 위스키 판촉수단으로 하이볼을 내놓으면서부터였다.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이 대히트를 치면서 남아돌던 위스키가 갑자기 부족하게 됐다.
문제는 원액을 10년 단위로 숙성시키는 위스키의 경우 한번 줄여버린 생산을 다시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 위스키 원액이 부족한 지경에 이르자 산토리는 2010년부터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출하량을 제한했다.
특히 인기가 높은 하쿠슈 12년산과 히비키 17년산 등 프리미엄 위스키는 원액부족이 심각해져 2018년부터 판매를 일시 중지했다. 판매 중단 이후 이 위스키는 인터넷옥션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히비키 17년산 골드라벨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7만5900엔(약 80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산토리가 출하제한을 완화할 수 있게 된 건 11년 동안 꾸준히 원액 재고를 늘린데다 2016년부터 350억엔을 투입해 원액 생산설비와 저장시설을 증설한 덕분이다.
앞으로 시장 동향을 보면서 어떤 브랜드의 생산을 늘릴 지 결정할 계획이다. 산토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집에서 위스키를 마시는 수요가 늘어나 지난해 가정용 위스키 매출이 전년보다 10% 늘었다.
산토리 위스키를 제조·판매하는 산토리스피리츠의 간다 히데키 사장은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있는 절반 크기(350㎖)의 위스키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맥주 계열인 닛카위스키도 원액부족으로 출하량을 제한하고 있다. 닛카위스키도 제조능력을 늘리기 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65억엔을 투자하고 있다.
산토리는 최근 일본 화장품 업체인 DHC의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의 차별적인 발언으로 화제가 된 기업이다. 요시다 회장은 지난 11월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본인 이름으로 "산토리 광고에 기용된 탤런트는 어찌 된 일인지 거의 전원이 코리아(한국·조선) 계열 일본인이어서 인터넷에서 '춍(한국인을 비하하는 일본 속어) 토리'라고 야유당하는 것 같다"라는 글을 올려 공분을 샀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