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인정 못해"…트럼프 지지자들 초유의 '의회 난입' [종합]

입력 2021-01-07 07:19
수정 2021-01-07 07:35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는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항의하기 위해 의회에 난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결과 회의는 전격 중단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의원들이 급히 대피했다. 이 가운데 한 여성이 의사당에서 가슴에 총을 맞아 중태에 빠졌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야말로 무법천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미 CN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은 이날 상·하원이 의회에서 합동회의를 열어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는 오후 1시에 맞춰 의회 부근으로 몰려들었다.

이 중 수백명의 지지자들은 주변을 둘러쳐진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 가까이로 진입한 후 의회 안으로 진입했다.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와 후추 스프레이까지 동원했으나 시위대의 난입을 막지 못했다.

이 결과 상·하원 합동회의는 개시한 지 1시간 정도만에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상원 회의를 주재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하원 회의를 이끌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주요 인사들도 급거 대피했다.

상·하원의 합동회의를 통한 선거인단 개표결과 인증은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법적 관문이다. 다만 시위대 난입에 따른 회의 취소로 바이든 당선인의 최종 승리 확정도 지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위대 중 일부는 의사당 건물 안으로 진입해 상원 회의장에 난입해 상원의장석을 검거했고, "우리가 (대선을) 이겼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하원 회의장 문앞에서도 무장 대치가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 도중 미 의회에서 여성 1명이 가슴에 총을 맞아 중태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누가 총을 맞았는지, 총을 쏜 사람은 누군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경찰 여럿이 부상을 입었고 최소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전격 통금을 명령했고, 펠로시 의장은 의회에 주방위군을 추가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국방부는 이같은 펠로시 의장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발생 이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선거 불복 입장은 기존대로 유지하면서도 "평화롭게 집에 가라"며 "의사당에 있는 모두가 평화를 유지하기를 요청한다. 폭력은 안된다! 우리는 '법집행'의 당"이라고 시위대에게 당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가 의회로 행진하기 직전 백악관 앞에서 지지시위 연설을 통해 "대선불복을 포기하기 않을 것"이라며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내용으로 연설하자 시위대가 의회로 행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전례없는 공격을 받고 있다"며 "이는 시위가 아닌 반란 사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TV 생방송에 출연해 의사당 포위를 끝내라고 촉구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주요 법안 처리의 교두보인 미국 연방상원의 다수당을 결정하는 승부처인 조지아주에서 2석을 모두 석권했다. 대통령에 이어 상·하원까지 모조리 장악한 것이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한 건 111대 의회(2009~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