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제도 개선"…반성문 쓴 금융위

입력 2021-01-06 17:40
수정 2021-01-07 01:46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가 관행적 사고로 유지해왔던 불합리한 제도들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현실을 외면한 규제를 폭넓게 제거해야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반성에서다. 금융위는 법정 소송이나 금융감독원 조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융회사가 추진하는 새로운 사업의 인허가 심사를 막아버리는 심사중단제도부터 손질하겠다고 강조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사진)은 6일 신한·KB·우리금융지주 등 금융회사 임원들과 ‘금융산업의 혁신과 역동성 제고’를 주제로 개최한 화상간담회에서 “정부가 금융행정을 펴면서 공급자 중심의 사고와 관행을 답습하고 있지 않은지 냉철하게 되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심사중단제도 개선안 마련부터 착수하기로 했다. 심사중단제도는 신규 인허가나 대주주 변경 승인 과정에서 적용되는데 해당 금융회사가 소송이나 조사, 검사 등을 받고 있을 때는 결정을 연기하는 제도다. 섣불리 인허가를 내줬다가 나중에 자격이 없는 것으로 확정되면 애꿎은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제도가 기계적으로 적용되면서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놓고도 하나금융지주가 은행법 위반으로 고발되면서 계열사 4곳의 심사가 중단됐다.

미래에셋대우는 대주주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으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가 3년 넘게 미뤄지기도 했다. 도 부위원장은 “판단 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비판이 있는 만큼 예측 가능성과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와 금융인에 대한 경직적 과태료 부과 관행도 손본다. 금융위는 한 금융회사가 인사발령을 해놓고 이를 인터넷에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수백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해외직접투자 금융사의 대표자 명의, 소재지 주소 등을 변경했을 때 변경 보고를 하지 않았을 때조차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이런 사안까지 건건이 과태료를 매기는 게 타당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종서/오형주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