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미래형 주유소' 들고 CES 첫 참가

입력 2021-01-06 17:21
수정 2021-01-07 02:03

GS칼텍스가 오는 11일(미국 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미래형 주유소와 드론 배송을 선보인다. 국내 정유사가 CES에 주유소 모델을 들고 참가하는 첫 시도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사진)이 추진 중인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외부에 널리 알리고 적극적으로 협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GS칼텍스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CES 2021에서 미래형 주유소 콘셉트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주유소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충전을 하고, 전동 킥보드와 공유 자동차의 거점 역할을 하며, 드론이 물건을 나르고 충전하는 기착지가 된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해 사업 모델을 전문가들로부터 검증받기로 했다.

GS칼텍스는 작년 11월 서울 반포동에 ‘에너지플러스 허브 삼방’이란 이름의 미래형 주유소 1호점을 낸 바 있다. 기존 주유소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 새 브랜드(에너지플러스)를 달았고, 인테리어도 완전히 새롭게 했다. CES 2021에 출품한 영상에선 에너지플러스 허브 삼방을 기반으로 더 확장된 주유소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큰 호응을 얻은 드론 시연 영상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제주도 무수천주유소에서 연 편의점 상품 드론 배송 시연행사, 여수에서 멀리 떨어진 금오도의 한 초등학교에 드론으로 음식 배달을 하는 시연 등이다. 이들 시연회에선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도시락 등 제품을 주문하면 드론, 로봇 등이 투입돼 배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편의점 GS25와 주유소 GS칼텍스의 사업 모델을 합치면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GS칼텍스가 주유소의 역할 변화를 꾀하는 것은 정유업만으론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작년 상반기 국내 정유사들의 적자 규모는 총 5조원을 넘었다. 하반기 이후 수익성이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예년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 이 와중에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위주로 에너지산업을 빠르게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허 사장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악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업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올초 신년사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와 모빌리티 환경 변화에 대응해 기존 주유소를 바꿔야 한다”며 “전기차와 수소차 등 충전 인프라를 제공하고 물류, 식음료 사업이 결합된 라이프 스타일 에너지 공간으로 재편하라”고 지시했다. 또 “작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성과를 창출하라”고도 했다. CES에는 세계 최고 IT·가전 전문가들이 모인다. 이들의 시각으로 사업모델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협업도 할 수 있다는 것이 GS칼텍스의 판단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