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시대를 맞았지만 외국인이 갖고 있는 주식의 비중인 외국인 보유율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의 매수 여력이 여전히 남은 것으로 해석가능한 대목이다. 지난해 11~12월처럼 외국인 주도 상승장이 다시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가 따르는 배경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전체의 외국인 보유율은 5일 기준 36.48%으로 지난해 1월 2일(38.13%)보다 1.6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닥의 외국인 보유율도 10.18%에서 9.61%로 0.57%포인트 감소했다. 코스피지수가 2175에서 40% 가까이 올라 3000대에 닿는 동안에도 외국인 지분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외국인 보유율도 대체로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100개 종목의 평균 외국인 보유율은 지난해 초 22.77%에서 21.13%로 1.88%포인트 낮아졌다. 삼성전자조차도 외국인 보유율이 1.25%포인트 빠진 상황이다.
그 와중에서도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관련주의 보유율은 올랐다. LG화학은 지난해 초 37.64%였던 외국인 보유율이 42.93%로 5.29%포인트 높아졌다. 주요 종목 중 가장 크게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0.64%포인트), 셀트리온(1.12%포인트), 삼성SDI(1.08%포인트), 카카오(2.12%포인트) 등 BBIG 업종만 콕 짚어 외국인 보유율이 높아졌다.
아직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외국인 보유율은 향후 외국인 수급 개선에 따른 상승장을 기대케하는 요인이다. 미국 내 조바이든 행정부의 등장과 약달러가 신흥국 증시의 매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12월 두달 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5조2275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주도했던 외국인은 올 들어 1조원 넘게 순매도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일시적 매도세일 뿐 추세적으로는 외국인 수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미국 내 정책 흐름상 달러약세가 강화되면서 신흥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수급은 추세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속도가 빠른 한국과 대만 등으로 수급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보유율이 다시 회복하는 과정에서는 기술 기업이나 외국인 보유율이 과도하게 빠진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지난해 초 대비 외국인 보유율이 크게 빠진 종목은 현대차(-8.78%포인트), 현대모비스(-4.26%포인트), 기아차(-4.60%포인트) 등이다. SK이노베이션(-9.99%포인트)도 크게 빠진 종목이다. 모두 연초에 미래차 기대감을 받으며 외국인 수급 개선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보유율로 보면 향후 외국인 수급 개선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외국인 수급 개선 자체가 주가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결국 수급은 누가 더 위험을 선호하느냐의 문제기 때문에 외국인이 매수를 늘릴 때 개인들이 그보다 더 팔 수도 있다"며 "외국인 보유율과 주가가 함께 높아지진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