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초음파, 약물전달 플랫폼 활용해 암 극복시대 연다

입력 2021-01-06 15:51
수정 2021-01-06 15:52


"지난달부터 동국생명과학과 함께 개발하기로 한 간암 색전술 치료제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치료용 초음파와 약물전달기술(DDS)을 활용해 올해 말 간암, 유방암 치료제 등의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학종 아이엠지티(IMGT) 대표(사진)는 "초음파를 활용해 항암제와 신경계 질환 치료제의 약물 효과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세포실험에서 항암제를 그냥 투여할 때보다 약물 전달력이 최소 2~3.5배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 대표는 2010년 IMGT를 창업했다. 의료 현장에서 초음파는 몸 속 내장기관 등에 생긴 혹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용도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초음파 에너지를 짧은 시간, 한 곳에 모아 특정 병변을 제거하거나 초음파로 면역원성을 높이는 치료 초음파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치료 용도로 널리 사용되는 엑스레이에 비해 초음파는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게 초음파의 단점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정교한 설계로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IMGT에는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초음파 전문가, 안정성이 높은 DDS를 개발하는 나노입자 등 원료의약품(API) 전문가가 한 곳에 모였다. 이 대표는 임상 현장에서 언맷니즈(미충족 수요)를 찾고 실현 가능성을 파악하는 역할을 맡았다. 치료용 초음파와 약물 전달력을 높이는 DDS는 물론 초음파와 DDS를 합친 치료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동국생명과학과 개발에 들어간 '신개념 간암색전술 치료제'는 나노입자 기술력을 활용한 것이다. 간암 부위에 미세 구슬을 넣어 약물을 뿜어내도록 하는 구슬색전술과 오일을 활용한 항암치료인 일반 간색전술의 장점만 살린 방식이다.

국산 리피오돌(간색전치료제)인 동국생명과학의 패티오돌을 머리카락 1000분의 1 크기 나노입자와 함께 투여해 항암제가 간에 오래 머무르도록 한다. 입자가 작기 때문에 신생혈관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은 적다. 준비 시간이 15분 정도로, 최소 2시간 걸리는 구슬색전술보다 짧다.

이 대표는 "간 색전 치료를 3~4개월 마다 받는 것을 고려해 약물이 3~4개월 정도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라며 "치료재료라 임상 기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내년 말께면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로버블에 약물을 담은 나노입자를 붙여 암 부위까지 전달한 뒤 초음파를 내면 터지는 DDS도 개발하고 있다. 약물 치료효과가 높지 않은 췌장암, 삼중음성유방암 등이 치료대상이다.

이 대표는 "암 면역치료를 위해서는 수지상세포가 공격 대상을 잘 찾는 게 중요한데 초음파를 이용하면 면역원성 세포 사멸(면역체계가 알아내도록 세포가 죽는 것)이 일어난다"며 "화학항암제는 물론 유전자치료제, 유전자 가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엑스선을 활용해 몸 속 종양 등을 도려내는 사이버나이프처럼 초음파로 종양 등을 잘라내는 의료기기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사이버나이프는 큰 방 하나를 차지하는데다 가격도 수백억원대지만 초음파 치료기는 크기도 작고 5억원 미만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국내 초음파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