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한국 국적 선박 나포는 ‘기술적 문제’라며 “한국 정부가 논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를 촉구한다”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오는 10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이란 방문은 선박 억류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논평을 발표하고 “한국 정부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고 거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앞서 발표했다시피 한국 선박의 문제는 전적으로 기술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국적 선박인 ‘한국케미호’를 해양오염 혐의를 씌워 나포한 뒤 현재까지 억류하고 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란은 우리의 해양 환경을 보호하는데 매우 민감하다”며 “어떠한 침해도 법에 따라 대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이슈를 다루는 당국인 항만해양국이 선박과 선원들에 대한 필수적인지원을 주기 위해 전문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차관의 이란 방문은 선박 억류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 차관의 방문은) 이미 예정돼 있었고 공개돼 왔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지만 배 억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박 억류 문제는 해당주의 사법기관에서 법적인 절차로 진행될 것이므로 외교적 방문이 필요하지 않다”며 “이 사안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별도로 방문하는 일정은 협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란 외무부의 이런 태도는 선박 억류가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반환을 위해 선박을 나포했다는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최근 '인질극'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며 “만약 여기에 인질범이 있다면, 그것은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가 넘는 우리 자금을 근거 없는 이유로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소장은 지난해 한국 내 은행에 묶인 이란 자금 규모를 65억달러(약 7조원)∼90억달러(약 9조8000억원)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관련 긴급간담회가 끝난 뒤 취재진에 “(이란 외무부의 성명을) 불만 표시로 보는 건 과장된 해석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송 의원은 “이란 외교부는 ‘법률적 절차로 조사한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가지고 상의하러 오는 것은 아니다’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