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 새 임대차법에 1억원 뛰어…임차인 허리 휜다

입력 2021-01-06 08:20
수정 2021-01-06 08:21

임차인 보호를 위해 도입된 새 임대차법 시행 5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이 1억원 가량 급등했다.

서울 전셋값이 법 시행 이전의 10배 속도로 폭등하면서 새 전셋집을 구하는 임차인의 허리만 휘었다.

6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전달 대비 5.2% 상승한 5억6702만원으로 집계됐다.

새 임대차 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4억6931만원이었다. 5개월 만에 9722만원이 올랐다.

이는 법 시행 직전 약 5년 동안 완만히 이뤄진 전셋값 인상과 맞먹는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2015년 11월 3억7210만원에서 지난해 7월까지 4년 8개월 동안 9722만원 상승했다. 5년간 오른 전셋값 만큼을 새 임대차 법이 5개월 만에 끌어올린 셈이다.

새 임대차 법은 도입과 함께 중위 전셋값을 급격하게 상승시켰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2014년 9월 3억47만원으로 처음 3억원을 넘겼고, 3억5000만원에 도달하기까지 11개월이 걸렸다. 이후 상승 속도는 더욱 더뎌지며 4억원을 넘기는 데 1년 2개월이 걸렸다.

중위 전셋값이 4억5000만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3월로, 3년 5개월이 소요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5억804만원으로 7개월 만에 5억원을 넘겼다. 그해 7월 말 임대차 2법이 시행되며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었고, 전세 물건이 줄어들며 집주인들이 4년치 보증금을 한 번에 올려 받으려 하며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5개월 사이 3.3㎡(1평)당 평균 298만5000원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강북, 고가·중저가 등 지역과 가격대 구분 없이 모두 급등했다. ㎡당 평균 전셋값을 따지면 전용면적 85.3㎡ 아파트가 중위 전셋값 5억6702만원에 부합한다. 지난 5개월 동안 전용 85.3㎡ 아파트를 기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21.2%(1억2022만원) 오른 송파구였고 가장 적게 오른 곳은 10.6%(5835만원)가 오른 용산구였다. 서울 평균 상승률은 15.8%(1억3176만원)였다.

지난달 기준 전셋값이 가장 비싼 지역은 강남구로 전용 85.3㎡짜리 전세 아파트를 얻으려면 평균 9억6512만원이 필요했다. 서울 내에서 평균 4억원 미만에 전용 85.3㎡ 아파트 전세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중랑구(3억9867만원), 금천구(3억9259만원), 노원구(3억8669만원), 도봉구(3억6822만원) 뿐이었다.

중랑·금천·노원구의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달 4억원 턱 밑까지 올라 서울에서 4억원 미만 전세 아파트를 구하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달 서울의 KB 전세수급지수는 187.4로 나타나 공급 부족 우려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