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중앙은행(BOE) 총재를 지낸 머빈 킹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사진)가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4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에서다.
킹 교수는 ‘코로나 이후의 경제 전망과 정책’ 세션에 참석해 “국가 및 기업의 채무불이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건전성을 회복하려면 대규모 채무 조정이 필수 전제조건”이라며 “다수 금융회사의 재무제표상 자산 가치가 일순간에 대폭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 사태가 제2의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1990년부터 BOE에서 일한 킹 교수는 2003년부터 11년간 BOE 총재를 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엔 다른 유럽 국가들과 공조해 적극적인 통화팽창정책을 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부채가 2008년 금융위기 직전보다 더 많다는 게 킹 교수의 평가다. 그는 “팬데믹(대유행) 위기의 핵심은 너무 많은 부채와 너무 적은 소비”라고 진단했다. 새로운 금융위기를 피하려면 조만간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 협력 체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이 작년 10월까지 내놓은 경기 부양책은 총 11조달러 규모다. 일본과 독일, 영국의 연간 GDP를 합한 것보다 많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는 “Fed가 설정한 2.0%의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는 “올해 백신이 대량 배포돼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채권 매입 등 Fed 지원책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