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바뀌면서 전기차 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국내 시장 1위 테슬라가 대표 모델인 '모델3'의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2021년 전기자동(이륜)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행정예고(안)를 공개했다. 차량 가격이 6000만원 이하인 전기차에 보조금을 100%, 6000만~9000만원까지는 50%를 지급해 전기차 보급 효과를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가격이 9000만원을 넘는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차량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공장도 가격에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합한 금액이 기준이다.
전기차 국고보조금은 최대 800만원이 지급된다. 연비보조금(최대 420만원), 주행거리보조금(최대 280만원), 이행보조금(최대 50만원), 에너지효율보조금(최대 50만원) 등이다. 지자체 보조금도 국고보조금에 비례해 차등 지급된다. 최대 800만원이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50%만 받은 전기차라면 지자체 보조금도 50%만 지급하는 식이다.
업계는 해당 안에 이미 업계 의견이 반영된 만큼 보조금 정책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보조금 지급 여부가 판매에 중요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국내 전기차를 선보인 제조사들은 차량 가격 정책을 점검하고 나섰다.
현재 국내에서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모델은 현대차 아이오닉·코나, 기아차 니로·쏘울, 르노 조에, 쉐보레 볼트, BMW i3, 테슬라 모델S·모델X·모델3, 재규어 I-페이스, 벤츠 EQC, 푸조 e-208·e-2008 SUV, DS3 크로스백 E-텐스, 아우디 e-트론 등이다. 이 가운데 아이오닉, 코나, 니로, 쏘울, 조에, e-208, e-2008 SUV, DS3 크로스백 E-텐스 등은 차량 가격이 6000만원 이하여서 보조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3는 세부 모델에 따라 가격이 6000만원을 넘어간다. 기본 모델은 5469만원이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롱 레인지는 6479만원이다. 현재 가격을 유지한다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실 구매가는 서울을 기준으로 지난해 5229만원에서 올해 5854만원으로 훌쩍 오른다. 소비자 부담이 커진 만큼 판매 부진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에 테슬라가 모델3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도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 모델3 가격을 8~10% 낮춘 바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한 모델3 롱레인지 가격도 10% 인하해 30만9900위안(약 5215만원)이 됐다. 최근 중국에서 출시한 모델Y 가격도 롱레인지 가격을 기존 안내 가격보다 30% 낮춘 33만9000위안(약 5700만원)으로 발표했다.
테슬라가 중국에서의 사례와 같이 모델3 롱레인지 가격을 10% 인하하면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서울 기준 소비자의 실 구매가는 4500만원대로 낮아진다. 국내 테슬라 판매량 대부분은 모델3가 차지하는 만큼 모델3의 경쟁력 상승은 테슬라코리아의 실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올해 다양한 전기차가 국내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도 테슬라의 가격 인하를 점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든 전기차를 대거 선보인다.
현대차 전기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 아이오닉5는 5000만~5300만원 수준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보조금을 포함한 실구매가는 3000만원대 후반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CV(프로젝트명)와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eG80도 연내 출시를 위한 양산 준비에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인기가 높다고는 하지만, 주행거리나 크기가 비슷한 국산차가 거의 2000만원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다면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최근에는 품질이나 AS 등에 논란이 불거졌고 이마트나 신세계 백화점 등에 있던 전용 충전소도 퇴출되는 상황이다. 고가 정책을 유지하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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