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 이버멕틴, 코로나19에 효과 있다…치사율 80% 낮춰"

입력 2021-01-05 09:04
수정 2021-01-05 09:05
미국 머크사의 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치사율을 최대 80%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4월 호주 연구팀이 발표한 이후 가시적인 성과로 여겨진다.

이버멕틴은 1970년대에 개발된 구충제로 머릿니(head lice), 옴(scabies) 같은 기생충 감염 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는 싸고 흔한 약이다.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이 약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명주기(life cycle)를 방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의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영국 리버풀대학의 바이러스 전문학자 앤드루 힐 박사가 전체 임상시험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버멕틴이 투여된 환자 573명 중에서는 8명, 위약(placebo)이 투여된 환자 510명 중에서는 4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집트,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에서 코로나19 환자 총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11건의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버멕틴은 또 환자의 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제거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크게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집트에서 경증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이버멕틴이 투여된 100명은 5일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진 반면, 위약이 투여된 100명은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데 10일이 걸렸다. 중증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는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이 이버멕틴이 투여된 100명은 6일, 위약이 투여된 100명은 12일로 소요됐다. 방글라데시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이버멕틴의 용량은 대부분 0.2~0.6mg/kg이었으나 12mg의 고용량이 투여된 임상시험도 한 건 있었다.

이 임상시험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의뢰한 것으로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됐다.

이버멕틴의 효과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초 호주 모나시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결과 "이버멕틴에 노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48시간 만에 소멸했다"는 결과가 발표됐고 이 후 세계 여러 곳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 11건의 임상시험은 일부는 임상시험의 최적 표준방식인 이중맹(double blind)으로, 일부는 공개방식(open label)으로 진행됐다. 이중맹은 시험약과 위약이 누구에게 투여되는지를 참가자와 임상의가 모두 모르게 하는 것이고 공개방식은 참가자들이 모두 알게 하는 방식이다.

또한 총 7100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참가하고 있는 다른 이버멕틴 임상시험 결과들도 앞으로 몇 달 사이에 발표될 전망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는 등 안전성이 입증된 구충제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에 대해 방역당국이 아직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4월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약제에 대한 연구단계의 제언이지 임상에 검증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 유효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버멕틴이라는 구충제를 환자나 사람에게 투여해서 효과를 검증한 것이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효과를 검증하고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