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세계 10위(2020년 4분기 기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DB하이텍의 경기 부천·충북 음성 상우 공장은 완전가동 중이다. 평상시엔 고객사의 갑작스러운 추가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생산능력의 5%는 비워두지만 최근 가동률을 100%로 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올 상반기까지 추가 생산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주문이 들어오면서 파운드리업체들이 ‘슈퍼 호황’을 맞고 있다. 코로나 백신 보급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 자동차·전자 업체들이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최신 전장(전자장비)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와 5G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출시도 영향을 미쳤다.
대만 TSMC, 삼성전자 등 선두권 파운드리업체에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그래픽처리장치(GPU), 차량용 반도체 등의 생산 주문을 넣어도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말까지 파운드리 생산 계획표가 꽉 찼다”며 “8㎚(나노미터, 1㎚=10억분의 1m)와 7㎚ 이하 극자외선(EUV) 초미세 공정에선 생산라인이 특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8인치 웨이퍼를 통해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5~10위권 파운드리업체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들 업체엔 초미세 공정이 불필요한 아날로그 반도체(빛·소리 등 자연의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칩)와 전력을 조절하는 파워반도체 주문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반도체는 주로 TV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홈이코노미’ 확산에 따른 ‘반발 소비’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자·자동차업체들은 자칫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초긴장 상태다.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중국 등지에서 1분기 차량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다. 일본에선 가전업체들이 블루투스 칩 부족으로 제품 출시를 10주 정도 연기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파운드리업체 고위 관계자는 “5G 등 기술 고도화의 영향으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파운드리 호황은 1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황정수/이수빈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