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억울할 때가 ‘나만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껴질 때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 3차 확산으로 인한 ‘2.5단계+알파’의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영업제한이 2주 연장된 업주들의 형평성 불만이 심상치 않다. 급기야 방역지침에 불복하는 집단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헬스장 업주들이 지난 4일 과태료 경고에도 단체로 항의성 영업을 재개한 데 이어 어제는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같은 실내 체육시설인데 태권도장은 열 수 있고, 헬스장은 안 되는 이유가 뭐냐는 항변이다. 누가 봐도 억울할 만하다.
한 달간 매장 내 음료 섭취가 금지된 카페와 필라테스 업주들도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일부 음식점 업주들은 밤 9시 이후 영업을 금지한 기준이 뭐냐고 항변한다. 방역 불복 움직임은 다른 분야로도 확산할 조짐이다.
이른바 K방역은 의료진의 헌신, 잘 짜인 의료체계와 함께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힘입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잇단 실책으로 인해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에 적극 협조했던 국민의 불만과 피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방역 민심’이 돌아선 배경은 진영에 따른 ‘고무줄 방역기준’, 보수단체 집회에 ‘살인자’라는 청와대 비서실장의 극언 등도 있지만 최근 정부의 잇단 실책이 결정적이다. 백신 확보 지연으로 국민적 우려가 커진 데다 정부가 관리하는 동부구치소에서 10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요양병원들이 ‘코로나 감옥’이 된 집단 감염사태까지 겹친 것이다. 방역도 인권도 없는 꼴이다. 이런 판국에 틈만 나면 늘어놓는 K방역 자화자찬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쳤겠나.
K방역이란 것도 대만의 ‘T방역’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대만의 누적 확진자는 5일 0시 기준 815명(퇴원 696명), 사망자는 7명에 불과하다. 한국은 확진자 6만4979명, 사망자 1007명에 달한다. 인구가 한국의 약 46%인데 확진자는 1.25%, 사망자는 0.7%에 불과하다.
생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생활이 아무리 불편해도 방역지침을 잘 따랐던 국민이 집단 저항에 나서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업종별로 획일적으로 규제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밀접·밀집·밀폐 수준 등을 감안해 정밀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정부는 일부 다중시설 집합 금지 완화를 검토해보겠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들끓는 방역 민심이 어디로 번질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