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총수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맞아 한목소리로 적극적인 위기 대응을 주문했다. 코로나19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뀐 상황에서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유통업계 화두는 ‘혁신’유통·식품업계 총수들은 4일 신년사에서 시장 환경 재편에 따른 혁신을 주문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고객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했고, 리테일 시장의 온라인 전이는 최소 3년 이상 앞당겨졌다”며 “이에 맞춰 임직원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올해 그룹 목표로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제시했다. 손 회장은 이를 위한 과제로 △혁신성장을 통한 파괴적 혁신 △초격차 경쟁력 확보 △최고 인재 육성과 글로벌 인류문화 정착 등 세 가지를 주문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품질 경영만이 위기의 해법”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푸드컴퍼니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도 “글로벌 시장에 2025년까지 5만 개 매장을 세우고 천년기업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근본으로 돌아가야”총수들은 혁신에 앞서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도 주문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혁신 브랜드’라는 믿음을 고객에게 심어줘야 한다”며 “이를 소홀히 하면 시장에서 사라지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도 “누구보다 먼저 보고, 먼저 시작해 먼저 성공해내는 것이 고객의 마음을 선점하며 전진하는 방식”이라며 “철저하게 고객 중심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기본으로 돌아가 구성원 모두가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자는 취지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을 올해 화두로 제시했다. 해현경장은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고쳐 매 본연의 소리를 되찾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구 회장은 올해 핵심 목표로 △현금 창출 △미래 사업 성과 도출 △독자 사업역량 확보 △디지털 전환 등을 제시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부임한 뒤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미래 준비는 없었고, 현실에 안주했다’는 것”이라며 “위기를 넘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선 실력을 키우고, 기술이 핵심이 돼야 하며, 책임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선 “늦어도 올 상반기에 모든 것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는 나부터 변해야”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회사 통합을 탁구와 배드민턴 등 복식 선수들의 사례에 비유하며 “처음엔 서툴고 어색해 힘이 들지만 작은 것부터 호흡을 맞추고 같이 땀 흘리는 과정에서 마음을 열고 결국 메달을 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나부터 변화해야겠다’는 각오로 새해를 시작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올해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으로 인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으로 경영 성과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과 성장’의 스토리를 써나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열정과 투지, 창의성과 도전정신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갈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경민/박종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