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준비 기업들이 심사를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악화하거나 실사가 어려워지자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5개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했다. 휴대폰용 카메라 모듈 제조회사 캠시스는 지난달 30일 자회사인 캠시스글로벌의 상장을 철회했다. 이 회사는 캠시스 베트남의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적으로 지난해 6월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다. 당초 올해 상장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로 해외법인의 현지 실사가 불가능해지면서 상장을 보류했다.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받지 못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국내 공유오피스 IPO 1호 주자로 꼽혔던 패스트파이브도 지난달 16일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해 7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5개월 만이다. 일반적으로 심사에 2개월이 걸리지만 이 회사는 독특한 사업구조 탓에 심사가 오래 걸렸다. 실적 부진도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증가했고 건물 공실률이 급증한 탓이다. 이 회사는 임대한 건물 자산이 부채로 인식되면서 부채비율이 200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미디어커머스 에이피알, 화장품 유통기업 제이에스글로벌, 모바일 테이프 제조사 애니원 등이 줄줄이 상장 심사를 철회했다. 각각 지배구조와 법적 문제 등에 휘말리면서 상장을 연기했다.
업계는 올 상반기까지는 예비상장기업들이 심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IPO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