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 '언더독의 반란?'…국내 선수들 '우즈 볼' 열풍

입력 2021-01-04 17:37
수정 2021-01-05 00:50

골프공 시장에 언더독의 반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을 중심으로 일었던 타이거 우즈(45·미국) 볼 열풍이 국내 프로선수에게로 번지고 있다. 타이틀리스트가 장악한 투어 볼 시장에 브리지스톤이 맞춤형 볼피팅을 앞세워 도전장을 던지는 모양새다.

임희정(21)은 올해부터 브리지스톤의 공을 투어에서 사용하기로 했다. 임희정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2019년부터 타이틀리스트 공을 쓰며 통산 3승을 거뒀다. 임희정이 볼을 바꾸기로 한 건 올해부터 브리지스톤 클럽을 쓰기 때문이다. 클럽과 같은 브랜드의 공을 쓰는 것이 기량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브리지스톤 공을 택하는 프로 선수들이 잇따르고 있다. LPGA 통산 5승을 거둔 이소영(24)도 올해부터 브리지스톤 공을 쓰기로 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2016년과 2017년 대상을 2연패한 최진호(36) 역시 브리지스톤에 합류했다.

브리지스톤은 2010년대 중반까지 국내 골프공 시장에서 10위권을 맴돌던 ‘마이너’였다. KPGA투어 선수 가운데 75%, KLPGA 투어 선수 중 72%가 쓰는 타이틀리스트의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힘이 부쳤던 것이 사실. 하지만 2019년 우즈의 마스터스토너먼트 우승이 판을 바꿔놨다. 마스터스에서 친 ‘투어B XS’ 모델이 우즈가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공이라는 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흔든 것.

아마추어 골프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돌던 투어B 시리즈는 작년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가 ‘투어B X’ 모델로 US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히트를 쳤다. 브리지스톤 관계자는 “대리점들의 선주문이 두 달치씩 밀리곤 했다”며 “우즈와 디섐보의 활약 덕분에 작년 공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브리지스톤의 공을 찾는 것은 맞춤형 볼 피팅이 가능해서다. 투어용 모델이 한두 개인 경쟁사들과 달리 브리지스톤은 4개의 투어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헤드스피드와 백스핀량 등 스윙 특징에 따라 맞춤형 볼을 쓸 수 있는 셈이다. 브리지스톤 관계자는 “선수들과 소통해 맞춤형 공을 제공하고 있다”며 “투어를 뛰면서 컨디션에 따라 경기마다 볼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선수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절대 강자’ 타이틀리스트는 여유 있는 모습이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은 물론 한국 골프의 간판 임성재(23) 등이 쓰는 만큼 공의 성능과 완성도가 다른 브랜드보다 크게 앞선다는 판단이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는 “김비오 선수 등이 올해부터 타이틀리스트 공을 쓴다”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걸맞은 신제품을 올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