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지원금 지급안을 꺼냈다. 9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도 전에 나온 선심성 카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연초부터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검토하겠다”며 직접 들고나온 데다, 일부 의원들과 정세균 총리까지 가세해 조만간 금액까지 제시될 공산이 크다.
전 국민에게 주는 재난지원금은 지난해 5월 처음 지급됐을 때부터 논란이 많았고, 무차별 배분에 따른 우려도 컸다. 가장 큰 쟁점은 일괄지급이 과연 타당한가, 투입 예산만큼 실효성이 있는가였다. 민간 전문가들은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피해업종 지원효과가 미미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을 정도다. 최근 발표된 KDI 보고서를 보면 논란 속에 정부예산으로 14조2000억원을 뿌리며 ‘사용가능 업종’까지 지정했으나 매출증대 효과는 26~36%에 그쳤다. 지원금의 70%가량은 채무상환이나 저축 등으로 이어졌으니, ‘소비 진작을 통한 피해업종 지원’이란 당초 취지는 엇나갔다. 2001년 미국, 2009년 대만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는 KDI 지적을 보면 무차별 지원금의 비(非)소비 성향이 한국이라고 유별난 것도 아니다.
세계적 코로나 쇼크에 한국은 ‘백신 지연’까지 겹쳐 사회·경제적으로 유례없는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충격과 피해가 업종·사업규모·계층별로 크게 엇갈리는 것은 안타깝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여행과 서비스, 레저와 마이스(MICE) 등 ‘대면산업’의 피해가 계속 커지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안정된 소득과 투자수익을 올리는 이들도 많다. 코로나발(發) ‘K자형 양극화’가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빚까지 내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이라면 충격이 큰 업종과 사업자, 실직자와 취업희망자에게 집중돼야 마땅하다. 한계산업과 취약계층에 집중해도 재원이 모자랄 판이다. 백신 접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 해도 확정된 3차 재난지원금 외에 4차, 5차 지원금의 필요성이 얼마든지 대두될 수 있다.
새해 예산집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추경부터 언급하는 나라살림을 언제까지 이어갈 텐가. 재정은 결코 화수분이 아니다. 무엇보다 걱정은 책임의식은커녕 부도덕한 재정운용에 드리운 포퓰리즘이다. ‘전 국민 지급’ 주장에서 4월 선거를 의식한 뻔한 표 계산도 엿보인다. 이런 식으로는 위기 극복이 어려울뿐더러 코로나 이후 나라경제의 복원 에너지까지 고갈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