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디지털 자료 분석 담당 직원이 수년간 금호아시아나그룹 고위 간부에게 돈을 받고 회사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민형 부장검사)는 지난달 24일과 28일 공정위 전 직원 송 모 씨와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상무(현 금호고속 감사) 윤 모 씨를 구속했다.
송씨는 증거인멸 및 뇌물수수 혐의를, 윤 전 상무는 증거인멸 및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들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공정위에서 디지털 포렌식 자료 분석 관련 업무를 맡던 송씨는 2014∼2018년 윤 전 상무에게 수백만원어치의 금 및 향응을 받았고, 금호그룹이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 중 그룹에 불리한 자료 일부를 삭제한 혐의가 있다. 이들의 밤행은 송씨가 공정위를 그만둔 2018년 5월까지 이어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신주인수권부사채(BW) 일괄 거래와 계열사 단기자금 대여 행위 등과 관련해 금호그룹의 박모 전 회장 등과 윤 전 상무를 검찰에 고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와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회계 장부와 전산 자료 등을 확보한 검찰은 공정위 고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윤 전 상무와 송씨 사이의 부정한 거래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윤 전 상무 개인비리가 아니라 금호그룹 차원의 범죄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공정위가 고발한 부당 내부거래 관련 수사도 이어갈 전망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