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구 감소' 닥쳤는데 연금·복지제도 이대로 둘 건가

입력 2021-01-03 18:12
수정 2021-01-04 00:18
‘사상 첫 인구 감소’라는 예고된 총성이 울렸다. 2003년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출범시킨 이래 약 200조원을 퍼붓고, 외국인 근로자도 받았지만 작년 말 주민등록 인구는 5182만9023명으로 1년 전보다 2만838명 줄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초(超)저출산이 깊어지면서 불과 4년 전 2029년으로 추정했던 ‘인구 데드크로스(사망>출생)’ 시점이 9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지난해 출생자는 27만5815명으로 사상 처음 30만 명 선을 밑돌았다. 출산율이 바닥을 긴 지 오래여서 더 낮아지기도 쉽지 않지만 전년 대비 감소율은 10.65%로 현기증이 날 정도다. 가뜩이나 심각한 고령화에 가속도가 붙어 ‘50대 인구 비중’은 16.7%로 3년 연속 최고를 찍었다. 50대 이상 장·노년 인구 비중은 40.7%로, 청소년·유아 비중(16.9%)의 두 배를 훨씬 웃돈다.

‘인구절벽=경제절벽’이라는 말처럼 인구 감소에 미숙하게 대응한다면 자칫 사회경제 전반에 치명적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토지 자본과 함께 ‘생산 3요소’를 구성하는 노동의 원천이 인구인 만큼, 노동투입 감소는 노동생산성 제고로 대처하는 것이 필수다. 그런데도 정부는 거대 노조의 눈치를 살피며 각종 친노조 정책으로 생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노사관계 정상화, 법·제도 선진화, 기술친화적 정책 등으로 총요소생산성을 높여가는 정공법도 규제 본색인 현 정부에서는 관심 밖이다. 두 차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지만 ‘노인 알바’와 같은 땜질 처방만 남발했을 뿐이다. 인구의 구조적 변화로 한시가 급해진 연금·복지제도 개혁도 포퓰리즘으로 치닫고 있다.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은 2년여 논의를 무시하고 무책임하게 차기 정권으로 떠넘기고 말았다. 생산활동인구가 급감하고, 그들이 부양해야 할 고령층이 급증하는데도 가렴주구 수준의 부자증세 외에는 아무 재원대책이 없다. 복지제도의 근본개혁은 사라지고 기본소득처럼 듣기 좋은 이슈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만 넘치는 게 현실이다.

‘사상 첫 인구 감소’ 보도자료를 내면서 정부는 “2020년을 기점으로 각 분야의 정책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스스로 결론 냈다.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 비중’이 사상 최대에 달했건만 이런 변화를 외면해 부동산 대란을 부른 정책 혼선부터 정리해야 할 것이다. 인구절벽 시대에 ‘공무원 폭증’을 밀어붙이는 역주행도 전면 수정이 시급하다. 국정 전반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지역 소멸’도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