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2021년 한국 경제…'화합'과 '통합'만이 살 길이다

입력 2021-01-03 17:19
수정 2021-01-04 02:48
2020년 세계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옥으로 떨어진 한 해였다. 코로나19는 ‘BC(Before Corona)’에서 ‘AD(After Disease)’로 비유될 만큼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지만 기존 시스템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신축년, 2021년 들어서는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 사태에 못지않은 커다란 일정이 즐비하다. 1월 1일부로 영국은 유럽연합(EU)을 완전히 떠났다. 가입한 지 47년 만에 회원국으로서는 첫 결별이다. 이달 20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가고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다. 코로나 사태도 백신 상용화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넘어간다.

보호주의, 함무라비 탈레오 법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미·중 마찰, 백인 우월주의…. 지난 4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어 놓은 ‘분열’의 흔적이다. 다자주의,공생적 미·중 마찰, 유색인종 우대주의…. 앞으로 4년 동안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바이든 차기 대통령이 추구하는 ‘화합’의 상징어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의 유일한 대처법은 사람과 사람 간 ‘격리’였다. 사람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면 상품과 자본의 이동도 제한된다. 하루 백신 접종자 수가 신규 확진자 수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시작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람과 상품, 자본의 이동이 ‘통합’되면서 세계 교역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합과 통합을 전제로 한 경제활동은 참가자별로 이해득실이 분명하게 판가름나는 ‘노이먼-내시식 제로섬 게임’에서 참가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샤프리-로스식 공생적 게임’으로 바뀐다. 전자는 정치꾼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써온 게임 방식이다.

반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할 경제정책, 즉 바이드노믹스의 근간이 될 공생적 게임이론은 시장 참가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코로나19와 같은 사전에 전혀 예기치 못한 꼬리 위험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모두가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해낼 수 있는 양식(architecture), 즉 게임 방식을 제시해주고 있다.

경제적으로 공생적 게임이론의 가장 큰 의미는 외부경제 효과다. 외부경제 효과란 사적 혜택보다 월등히 큰 사회적 혜택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미국과 중국 주도로 글로벌 교역규범이 복원된다면 다른 국가에도 준거의 틀로 작용해 세계 교역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가 외부경제 효과에 해당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교역 탄성치(세계교역 증가율세계경제 성장률)는 2.5배로, 세계 경제 성장에 비해 세계 교역이 2배 이상 위축됐다. 특히 글로벌 서비스 교역지수는 고점 대비 27% 급감해 각국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자체 규제를 도입해 기업의 글로벌 영업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세계 교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다자주의 채널 복귀로 0.5%포인트,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따른 상품 이동 자유화로 0.7%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교역 탄성치를 감안하면 지난해 -5% 이상 뒷걸음쳤던 세계 경제 성장률도 올해는 4%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교역 증가를 바탕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할 경우 수출지향 국가일수록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작년에 ‘V자’형(1분기 -6.8%→2분기 3.2%→3분기 4.8%) 반등에 성공한 중국 경제는 올해 8%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전략도 쌍순환과 홍색 공급망을 양대 축으로 하는 내수 위주로 바뀔 경우 세계 수입창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교역이 회복되고 중국 경제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성장률이 높아지면 대외 여건상으로 한국 경제는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우리 내부다. 대학교수들이 지난해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를 꼽을 만큼 심각했던 사회적 분열과 격리가 올해도 이어진다면 성장률이 높아지기는 힘들다. 화합과 통합만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첫해가 될 올해도 코로나 사태로 모든 것이 뒤바뀐 지난해 못지않게 종전에 볼 수 없던 대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은 ‘과감한 중심축 이동’으로 새로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한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