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 무시하던 미쓰비시, 자산 압류 명령엔 '즉시항고'

입력 2021-01-03 15:52
수정 2021-01-03 15:53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손해배상을 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2년 넘게 무시해온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자산 압류 명령에는 곧바로 항고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공시송달을 통해 압류명령을 내린 대전지법에 즉시항고장을 냈다. 즉시항고는 신속하게 확정할 필요가 있는 결정에 불복신청하는 절차다.

앞서 양금덕(91) 할머니 등 강제노역 피해자·유족 4명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012년 시작된 소송은 2018년 대법원에서 한 사람에게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미쓰비시중공업은 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위자료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2019년 3월 22일 대전지법을 통해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하는 절차를 밟은 데 이어 매각 명령 신청을 했다. 채권액은 별세한 원고 1명을 제외한 4명분 8억400만원이다.

대전지법이 결정문을 발송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결정문을 받았는지 확인도 거부했다. 이에 법원은 결정문을 일정기간 공고해야 했고, 지난해 12월 29일(박해옥·김성주 씨 건)과 30일(양금덕·이동련 씨 건) 대전지법의 압류명령 결정문 효력이 발생했다. 매각명령 신청에 따른 심문서 공시송달 효력은 지난달 10일 이미 발생했다.

법적 절차를 외면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해 12월 30일과 31일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국내 자산의 강제 압류·매각이 가능해진 바로 다음 날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한일 양국 간 및 국민 간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돼,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법적 분쟁은 보다 장기화될 전망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