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인구감소의 원년이 될 것’이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주민등록인구가 사상 처음 감소했다. 출생자 수는 27만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내며 사망자 수(30만명)를 밑돌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이후 인구감소 추세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인구구조 변화가 본격화함에 따라 정부 정책과 기업 경영전략 등 사회 전반적인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출생자보다 사망자 많아 첫 '인구 데드크로스'3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국내 주민등록 인구는 총 5182만9023명으로 2019년보다 2만838명(0.04%)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민등록인구는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주민등록표에 기재된 거주자, 재외국민, 귀화자 등을 대상으로 출생·사망, 국적 취득·상실 등을 반영해 행안부가 매년 집계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지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했다. 지난해 출생자는 27만5815명으로 전년비 10.65%나 감소했다. 사망자 수는 30만7764명으로 3.10% 늘었다.
출생자 수가 3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40만명을 하향 돌파한 이후 3년만이다. 전년비 출생자 감소 폭도 크다. 2018년 7.9%, 2019년 7.6%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10.6%나 줄었다. 반면 사망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 3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를 시작으로 인구 감소 추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달 30일 ‘포스트코로나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의 경제·심리적 불안을 키워 젊은 층의 혼인과 출산 결정을 취소 혹은 연기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1인 가구 비중 증가, 비대면 생활 방식 확산, 경쟁 환경 심화 등으로 저출산이 가속화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인 세대 900만 돌파..비중 40% 육박실제 지난해 1인 가구는 급증했다. 주민등록상 1인 세대 수는 전년도보다 57만4741세대(6.7%) 늘어난 906만3362세대로 처음으로 900만세대를 돌파했다. 1인 세대가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5.0%에서 지난해 39.2%로 훌쩍 뛰었다.
이에 비해 4인 이상 세대 비율은 2016년 25.1%에서 지난해 20.0%로 떨어졌다. 이 같은 영향으로 지난해 평균 세대원 수는 2.24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고령화는 심화했다. 60대 이상 인구가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달했다. 60대 비중은 13%, 70대 이상은 11%였다. 10년 전인 2011년에 비하면 각각 4.7%p, 3.5%p 늘어난 수치다.
여성 인구가 2015년 남성 인구를 추월한 이후 여성과 남성 인구 격차는 지난해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여성 인구는 2598만7994명으로 50.1%, 남성 인구는 2584만1029명으로 49.9%를 각각 차지했다. 여성 인구와 남성 인구의 격차는 2019년 12만명에서 지난해 14만7000명으로 커졌다.
서승우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은 “인구 감소 시작, 1인 세대의 폭발적 증가 등이 통계로 확인된 만큼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를 기점으로 각 분야의 정책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인구구조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지고 강도는 세지고 있다"며 "인구감소에 따라 국내 시장 규모가 축소되며 내수 위주의 기업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들은 해외 비중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하며, 정부는 줄어든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해 분배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