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공부를 하다보니 교재들이 너무 딱딱하고 재미가 없어요. 초보자들이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책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제가 용기를 냈죠.”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61·사진)은 취임 이듬해인 2019년 직원들을 불러모아 회계 공부를 좀 해보자고 했다. 예보는 금융회사의 리스크를 감시하고 금융회사가 파산하면 자산관리를 대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어느 회사보다 회계를 아는 직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전체 700여명의 직원들 가운데 250명이 손을 들었다. 위 사장은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등 6개월 과정으로 체계적인 사내 연수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스스로도 공부를 시작했다. 직원들과 함께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시험을 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공부를 하다보니 책들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위 사장은 “대부분이 개념을 나열하는 식이어서 나 같은 비전공자가 접근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전공자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는 이유지만 서울대 경제학 석사와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행정고시 32회로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담당관과 국고국장을 지냈다. 근무를 하면서 어렴풋이 체득한 회계 지식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이야기 하듯 알려주고 싶었던 욕심이 컸다.
책제목을 《회계! 내가 좀 알려줘?》라고 지은 배경이다. 부제도 ‘현장체험과 함께 하는 알기 쉬운 회계이야기’로 달았다. 현주라는 이름의 사회 초년생을 주인공으로 경영활동이 회계로 표현되는 방법을 쉬운 말로 풀이해준다. 책의 첫번째 챕터는 ‘동호회 총무의 회계노트’다.
책은 다양한 그림으로 채워져있는데 초안을 위 사장이 직접 그렸다. 그는 “처음부터 쉽게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나니 개념과 원리를 시각화하는 게 중요하다 싶어서 나름대로 공을 들여봤더니 출판사 사장이 매우 좋아했다”며 “색깔까지 화려하게 입혀주면서 그림이 이 책의 생명이라고 해줬다”고 말했다.
위 사장의 책은 재고자산 유형자산 금융자산 부채와 포괄손익 등의 개념이 모두 그림으로 표현돼 있다. 책은 4명의 회계전문 교수들이 감수를 해줬다.
위 사장은 2019년말에 치른 CFA 레벨1 시험에서 상위 10%의 성적으로 통과했다. 위 사장과 함께 CFA에 응시한 59명 가운데 45명이 합격을 했다. 지난해 말에도 6명이 도전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CFA는 레벨3단계까지 있다. 레벨2는 실무평가가 중심을 이루고 레벨3는 에세이가 추가된다. 예보에는 레벨3까지 통과한 CFA 자격 소지자가 19명 있다.
위 사장은 “이번에 출간한 책으로 우리 직원들을 포함해 직장인들이 쉽게 회계를 이해하고 업무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저는 시간을 내서 CFA 레벨2와 레벨3까지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