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마켓 갈등 격화…구글·화웨이 "수수료 30~50% 내라"

입력 2021-01-02 08:51
수정 2021-01-31 00:33

구글·화웨이·샤오미 등 모바일앱 앱마켓(앱 장터)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과 앱·콘텐츠 개발사간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각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에 있는 앱마켓 기업이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한 개발사 앱을 앱마켓에서 내렸다가 협상 후 복구하는 사례도 나왔다.

가장 최근 갈등이 가시화된 곳은 급성장 중인 중국 모바일앱 시장이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중국 화웨이는 텐센트의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모두 제거했다가 하루 뒤 이를 복구했다. 일종의 '플랫폼 실력행사'인 셈이다.

화웨이는 텐센트의 앱을 내린 후 "텐센트가 일방적으로 양사간 협력 방식을 크게 바꿨기 때문에 텐센트의 게임을 내렸다"고 공지했다. 텐센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언노운 배틀그라운드, 아레나 오브 발러 등 유명 게임을 중국에서 서비스한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통신에 "화웨이가 앱 마켓 게임 판매 수익의 50%를 수수료로 요구하자 텐센트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양사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앱 삭제 당일 강경한 문구를 내놓은 화웨이와 달리 텐센트는 "가능한 빨리 화웨이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다시 서비스하기 위해 화웨이와 적극 소통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텐센트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규모 게임기업이지만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인 화웨이와 대립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중국 내 최대 스마트폰 제조기업으로 자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41.4%에 달한다. 중국 내 스마트폰 대부분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지만 안드로이드의 앱스토어인 플레이스토어는 쓸 수 없다. 대신 화웨이 등 중국 본토 스마트폰 기업이 만든 플랫폼을 통해 앱을 내려받아야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화웨이와 텐센트는 앱 삭제 하루 만에 추가 논의를 벌였고, 이후 화웨이가 텐센트 앱을 복구했다. 이를 두고 중국 안팎에선 텐센트가 50% 수수료안을 다시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화웨이와 샤오미, 비보, 오포 등은 각각 자사가 중국 시장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앱 마켓에서 통상 앱 매출의 50%를 수수료로 받는다. SCMP는 "텐센트와 넷이즈 등은 이전부터 50%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각 앱스토어와 협상을 벌여왔다"고 썼다.

일부 게임 개발사는 이같은 수수료 체계에 반발해 '앱마켓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작년 말엔 상하이 기반 게임 개발업체 미호요가 자사 히트 게임인 겐신임팩트(원신)를 화웨이와 샤오미 앱마켓에 올리지 않았다.

한국에선 구글이 오는 9월30일부터 게임 앱을 비롯한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30% 수수료를 물릴 예정이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과 콘텐츠 스타트업 등은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구글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3.4%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따져보고 있다. 최근 플레이스토어에 앱을 출시한 국내 게임·음원·웹툰 업체 등을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를 마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