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파스' 앞세워 옛 명성 되찾을까

입력 2021-01-01 17:36
수정 2021-01-08 17:58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암흑기였던 1930년대. 이 시절엔 몸 어디가 아프면 민간요법을 해보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냉·온 찜질처럼 현대의학으로도 검증된 방법이라면 다행이었겠지만 오히려 독(毒)이 되는 잘못된 요법도 많았죠.

그러던 1933년, 유한양행의 창립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는 한 약품을 선보이게 됩니다. 의사 출신인 중국인 부인 호미리 여사의 도움을 받아 자체 개발한 ‘안티푸라민’이죠. 제품 이름의 유래는 이렇습니다. 대항한다는 뜻의 안티(anti)와 염증을 일으킨다는 뜻의 인플레임(inflame)을 합쳐 당시 사람들이 발음하기 좋게 바꾼 것이 안티푸라민입니다. 즉 항염증제, 진통소염제라는 뜻이죠.

처음 시장에 나온 안티푸라민의 제형은 연고였습니다. 푸른색으로 간호사가 인쇄된 납작한 철제 통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죠. 여기에 든 주성분은 L-멘톨, dl-캄파, 살리실산메틸 등으로 소염 진통 작용, 혈관 확장 작용, 가려움증 완화 등의 효과가 있습니다. 야외활동 중 삐거나 타박상이 생겼을 때 염증을 완화해줄 수 있고, 벌레 물린 데에 발라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민간요법에 의존하던 1930년대에 안티푸라민의 등장은 아마도 혁명과도 같았을 겁니다. 안티푸라민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겨 복통이 일어나면 배에 바르거나 코감기가 걸리면 코에 발랐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니까요.

힘든 시기에 나와 국민의약품으로 자리잡은 안티푸라민이지만 2000년대까지만 해도 매출은 20억~30억원대에 머무르는 정체를 겪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죠. 비슷한 효능을 지닌 의약품들이 경쟁사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특히 몸에 붙이는 파스 형태의 제품 인기가 많았죠. 반면 안티푸라민의 제형은 오리지널 브랜드인 연고와 1999년 출시된 로션 타입의 ‘안티푸라민 에스로션’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유한양행은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먼저 오리지널 연고의 포장을 바꿨죠. 녹색 철제 캔 대신 플라스틱 용기에 담고, 뚜껑도 가벼운 충격에는 열리지 않도록 여닫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로션 타입의 안티푸라민 에스로션을 출시하고 100mL 용기에는 지압봉을 부착해 환부에 약물을 펴 바르면서 마사지도 할 수 있게 차별화했죠.

본격적인 다양화 노선을 타기 시작한 건 2010년대에 들어서입니다. 안티푸라민의 파스 제품 5종과 스프레이 타입의 안티푸라민 쿨 에어파스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엔 동전 모양의 안티푸라민 코인플라스타, 필요한 만큼 손으로 잘라 쓸 수 있는 롤파스까지 출시했습니다. 현재 판매 중인 안티푸라민 제품은 오리지널 연고 외에 붙이는 파스 12종, 로션, 스프레이 등 총 16종입니다.


화룡점정은 아마도 ‘안티푸라민 손흥민 에디션’(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최정상급 선수를 홍보 모델로 기용해 자칫 고루해질 수 있는 안티푸라민의 이미지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국민 진통소염제 안티푸라민의 오랜 선전을 기원해봅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