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무 상자에 갇힌 채로 러시아를 가로 질러 버스로 밀수된 아기 사자가 결국 두 눈을 잃은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아기 사자 '그롬'은 올해 여름 마하치칼라에서 모스크바로 밀수됐다.
총 1930킬로미터(1200마일)가 넘는 거리였다. 그롬은 밀수 당시 시외 버스 짐칸에 있는 좁은 나무 상자에서 발견됐다. 당시 그롬은 태어난 지 몇 주 밖에 안 됐었는데, 음식이나 물도 없는 작은 박스에서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롬은 밀수 후 볼고그라드 소재의 서커스단에 넘겨졌고, 이후 수의사가 진행한 검사에서 백내장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여기에 염증까지 도져서 한 차례 연기됐던 수술을 끝내 마친 그롬은 다시 서커스단으로 돌아왔다.
그롬의 눈은 서커스단 복귀 이후 상태가 수술 전보다 더 악화됐다. 그롬의 관리인인 니콜라이 도브 갈류는 "그롬은 벽에 머리를 박고 화를 냈다.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롬은 이후 추가 수술을 받았고, 결국 각막 파열로 두 눈을 모두 제거했다. 갈리나 알리코바 지역 수의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는 그롬의 양쪽 눈을 즉시 제거해야 한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롬은 이제 완전히 눈이 멀게 됐다"며 "우리는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했고, 생명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지 경찰은 아직 밀수 당시 그롬을 버스에 태운 인원 등 밀수꾼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데일리메일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래종 반려 동물을 밀수입하고 있는 마하치칼라 부근의 다게 스탄 지역의 밀수꾼이 범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동물 밀수업자에 대한 형사 제재의 부재에 대해 경고했던 러시아의 저명한 동물외과 의사인 카렌 달라키안이 서커스단에 그롬을 데려다 키우겠다고 요청했지만, 관리인들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라키안은 "볼고그라드 관리들이 더 빨리 행동했다면 사자의 시력을 구할 수 있었고 동물을 서커스로 보내는 것은 발견 후 잘못된 행동"이라고 매체에 전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