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올해 초 대규모 감산에 들어간다. 코로나19 충격에서 겨우 벗어나는 듯하던 일본 자동차업계가 또다시 실적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31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미끄럼 방지장치와 핸들 조작을 돕는 전자파워핸들에 사용되는 반도체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일본 3대 자동차 업체가 올해 1월 이후 생산량을 불가피하게 40~50%가량 줄일 계획이다.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해당 반도체를 공급하는 아사히카세이의 공장 화재 때문이다.
미야자키현 노베오카시의 이 회사 공장에서 지난해 10월 24일 일어난 화재는 나흘 만인 28일 진화됐다. 하지만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한 현장 검증이 두 달 넘게 진행 중이어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아사히카세이와 거래하던 자동차 업체가 모두 대체부품을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용 반도체가 귀해진 것은 코로나19의 간접적인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게임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독일 보쉬와 콘티넨털 등 기존 부품회사들이 반도체를 자동차 회사보다 게임 회사에 우선적으로 납품한다는 것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스템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반도체가 귀해진 이유로 꼽힌다.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도 같은 이유로 이달부터 생산량 조절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반도체발(發) 감산’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공장용으로 조달한 반도체 일부를 일본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규모 감산을 피하기는 어려워 자동차 업체들의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실적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제조업의 30%를 차지하는 자동차업계의 실적이 악화하면 일본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