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학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상무·사진)이 차기 농협은행장에 오른다. 지난달 김광수 전 농협금융 회장이 임기 도중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손병환 농협은행장이 농협금융 회장에 발탁된 데 따른 연쇄 인사다.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은 3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주주총회를 잇달아 열어 권 본부장을 신임 농협은행장으로 선임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경영 능력, 현장과 전략·기획 능력, 디지털 역량, 사업 시너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권 행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금융은 또 손 전 행장을 농협금융 회장으로 선임했다.
권 신임 행장은 198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농협은행 퇴직연금부장, 경기영업본부장(부행장급)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농협중앙회의 요직으로 꼽히는 기획조정본부장을 맡아 왔다.
권 행장은 농협 내부에서 금융계 화두인 디지털 전환(DT)과 자산관리(WM)에도 전문성이 높은 인사로 꼽힌다. 2016년부터 2년여간 농협은행 퇴직연금부, 개인고객부를 차례로 이끌면서 국내 은행권 최초의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NH로보-프로’를 출시했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응하기 위한 농협은행의 전략을 마련하는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장은 농협중앙회 직제 기준 ‘상무급’ 인사가 오는 자리다. 농협금융지주에선 부사장급이, 농협은행에선 부행장이 중앙회 상무에 해당한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상호금융 등의 범농협 인사 중 10~15명이 농협은행장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권 행장은 이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행장 후보로 꼽혀 왔다. 성과가 가장 뛰어났고, 경력 중 오랜 기간을 경기본부에서 보내 낙생농협(성남시) 3선 조합장 출신인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와 관련, 농협금융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범 후 10년 차를 맞은 농협금융이 완전히 새로운 진용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손 회장과 권 행장의 임기는 1월 1일부터 2년간이다. 31일 각사 주총을 통해 선임된 김인태 농협생명, 박태선 농협캐피탈 대표와 박학주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의 임기도 새해부터 시작된다. 농협은행 부행장 6명의 임기도 시작된다. 농협은행 내부에선 권 행장이 농협은행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보였고, 범농협 계열사 경험이 많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나온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관료 출신 전임 회장들이 농협금융의 기틀을 마련하고 굵직한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면, 사실상 첫 내부 출신 회장으로 꼽히는 손 회장과 권 행장은 농협금융의 다음 10년, 20년을 준비하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약력
△1963년 경기 평택 출생
△1989년 경희대 지리학과
△1989년 농협중앙회 입사
△농협중앙회 경기기획총무팀장
△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 마케팅부장
△개인고객부장
△농업·공공금융부문장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