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애플·스포티파이, 팟캐스트 시장서 몸집 키우는 이유

입력 2020-12-31 15:49
수정 2020-12-31 15:57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미국 팟캐스트 제작업체 원더리를 인수한다. 최근 스마트 스피커 보급률과 스트리밍 미디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아마존을 비롯해 애플, 스포티파이 등 주요 기업들이 인수합병(M&A)를 통해 팟캐스트 시장 입지 강화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아마존이 원더리를 인수하기로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인수 금액과 거래 마무리 시점 등 거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을 비롯해 애플, 소니뮤직 등이 원더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 가치평가가 약 3억달러(약 3260억원)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앞서 나온 보도 등으로 미루어볼 때 인수가액이 3억~4억달러선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원더리를 인수해 자사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뮤직에 통합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지난 9일 아마존뮤직에 팟캐스트 기능을 추가했다. 아마존은 아마존뮤직을 비롯해 산하 음성 도서(오디오북) 서비스인 오더블에서도 팟캐스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원더리는 미국에서 6번째로 인기가 많은 팟캐스트 제작 업체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월간 이용자 수가 2000만명에 달한다. 범죄 사건을 오디오 드라마로 재구성한 '더티 존', 의료사고 사례를 드라마 형식으로 들려주는 '닥터 데스' 등 고정 팟캐스트 콘텐츠를 50종 이상 보유하고 있다. 폭스인터네셔널채널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허넌 로페즈가 2016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원더리는 지난 4월엔 중동 카타르 기반 미디어기업 알자지라와 제휴를 맺고 아랍어 콘텐츠 제작에도 나섰다.

올들어 미국 미디어업계에선 대기업이 팟케스트 제작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팟캐스트 시장이 커지면서 사업부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애플은 올해 초 팟캐스트 관련 스타트업 스카우트FM을 인수했다. 스카우트FM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용자 취향에 맞는 팟캐스트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1위 기업인 스포티파이는 지난해부터 M&A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엔 팟캐스트 제작기업 김릿을 약 2억3000만달러에, 앵커를 약 1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지난 2월엔 링어를 1억9600만달러에 사들였다. 지난 11월엔 팟캐스트 시장 광고플랫폼인 메가폰을 2억35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스포티파이는 올해 미국 코미디언 조 로건, 버락 오바마 미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 부부,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부부 등과 팟캐스트 콘텐츠 독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팟캐스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각 기업이 인수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 기간이 늘면서 스트리밍 미디어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원더리는 지난 9월말 기준 이미 전년대비 매출이 75% 급증했다. 올해 연매출 규모가 4000만달러(약 43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팟캐스트 시장은 2018년 초엔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버블'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으나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마켓츠는 세계 팟캐스트 시장이 연평균 성장률 24.6%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입장에선 팟캐스트 서비스는 구독료 외에 광고료를 벌어들이는 수입원이기도 해서 청취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독점 콘텐츠 제작 경쟁도 치열하다.

각 업체가 스마트스피커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엔진 '알렉사' 기반 스마트스피커 에코를, 애플은 스마트스피커 홈팟을 주요 제품군으로 두고 있다. IT전문매체 CNET은 "팟캐스트는 아마존 주력 기기 중 하나인 스마트스피커 에코 주요 용도"라며 "아마존은 원더리를 합병헤 스마트스피커 수요를 키우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