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는 ‘전세난’이다. 국내 건설부동산 관련 연구소들은 대출과 세금 등 각종 부동산 규제 강화로 올해 매매가격 상승 여력은 지난해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반면 전세가격은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입주 물량 감소 등의 여파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전세시장 불안이 집값 상승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저렴한 분양가에 청약 경쟁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똘똘한 한 채’ 아닌 집부터 하락”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은 최근 발표한 ‘2021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은 1.5%, 서울은 1% 오를 것이라고 봤다. 건정연이 자체 추산한 지난해 상승률(6%)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권주안 건정연 연구위원은 “이미 집값이 많이 올랐고 금리가 소폭 인상되면 매매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데다 공급 계획을 밝히고 있어 서울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건정연은 3기 신도시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추진 과정에서 풀리는 보상금이 32조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앞으로 2년간 이 자금 일부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021 주택·부동산 경기전망’을 통해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0.5% 하락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0.7%, 0.3%씩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즉시 입주 가능한 주택에 수요자들이 쏠리면서 초기에는 일부 신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면서도 “정부에서 강한 매도 압박을 늦추지 않는 만큼 버티기 어려운 지역에서부터 매물이 나오면서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 전반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강화되면서 외곽지역에서부터 가격을 낮춘 매매 물량이 출현할 것이란 설명이다.
오는 6월 보유세 회피 매물이 얼마나 나올지도 올해 집값 향방을 가를 변수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이 끝나는 상반기까지 다주택자 매물이 상당수 나온다면 집값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따른 경기회복과 금리 정상화,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 등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끼칠 변수로 꼽힌다.
“전셋값 작년보다 더 올라”전문가들은 올해 전셋값이 지난해보다 더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산연은 2021년 전셋값 상승률이 전년(4.4%)보다 확대된 5.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 수요는 신혼부부, 이사 등으로 꾸준히 발생하는 가운데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폭이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보증금이 많은 순서(전세>월세)대로 안정된 형태의 주거라고 여기는 수요자의 인식이 쉽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임차 시장은 지난해 매매가격의 급등으로 집을 사지 못한 수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을 기다리는 수요 등이 남아 있어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전세 공급의 주요 원천이 돼온 새 아파트 공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신축 아파트 준공 자체가 감소한 데다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건산연에 따르면 앞서 2017년 준공한 서울 송파구 아파트 중 입주 직후 바로 전세를 놓은 가구 비율은 57.4%에 달했으나 지난해 6월엔 26.6%로 급감했다.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것도 전세시장 불안 요인이다. 건정연은 올해 전셋값이 전국적으로 4% 오르고 수도권과 서울은 각각 5%, 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향후 5년간 연평균 21만 가구의 공공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당장 2021~2022년 입주 물량이 부족해 전세난 해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7만3649가구로, 지난해보다 28.9% 감소한다. 서울은 2만8931가구로 지난해 대비 반 토막이 난다. 권주안 연구위원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은 실제 입주가 5년 뒤에야 가능하기 때문에 전세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속되는 전세 수급 불균형이 매매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난이 장기화할 경우 전세 수요가 서울 외곽지역과 경기 일부 지역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매매 수요로 전환돼 수도권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약시장은 올해도 뜨거울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총 40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며 분양 일정을 늦춘 단지들이 대거 공급될 예정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지역에서 나오는 아파트는 당첨 커트라인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