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중소형 빌딩 전용 공동투자 플랫폼 카사 A to Z 심층분석

입력 2020-12-31 10:12
≪이 기사는 12월30일(05:0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모아 100억원대 중소형 빌딩을 사들인 뒤 회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그 수익증권을 매매할 수 있게 하는 ‘카사’ 서비스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품 구조 자체는 증권시장에 상장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중소형 빌딩을 투자 대상으로 삼아 더 빠른 기간 안에 자산 매각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서비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배당 수익률, 자산의 안전성, 증권의 유동성면에서 상장 리츠에 비해서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사코리아가 운영하는 부동산 기반 디지털 수익증권(DABS) 거래 플랫폼인 카사는 지난 18일부터 수익증권 거래업무를 시작했다. 현재 카사 플랫폼에 상장된 종목은 ‘역삼 런던빌’의 수익증권이 거래 상품이다.



◆100억원대 중소형 빌딩에 투자, 연 3%대 배당수익 제시

이 빌딩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자리 잡은 지하 1층~지상 8층, 연면적(건축물 바닥면적의 합) 1273㎡ 규모 중소형 오피스 빌딩이다. 카사코리아는 지난 11월 25일부터 지난 4일까지 개인과 법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모두 101억8000만원의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공모 당시 카사 측이 밝힌 이 빌딩의 연간 기대 배당수익률은 3%대, 연간 예상 지가 상승률은 5%대였다.

카사코리아는 첫 종목 상장을 계기로 상장 종목을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다. 카사코리아 관계자는 “1호 상품인 역삼 런던빌의 공모와 상장을 순조롭게 마치고 현재 새로운 투자상품을 발굴하고 있다”며 “강남 테헤란로에 자리 잡은 조금 더 규모가 큰 빌딩을 2호 상품으로 내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공동투자와 수익증권 거래 기능이 결합된 플랫폼

카사는 부동산 공동구매 기능과 지분 매매 기능이 결합된 온라인 플랫폼이다. 건물 소유주가 카사 측에 소유하고 있는 빌딩을 플랫폼에 상장해달라고 요청하면 먼저 카사 측이 선정한 감정평가법인이 건물을 실사해 자산 가치를 평가한다. 이후 회사 내 상장위원회를 통해 상장 여부를 결정하고 상장 추진이 확정되면 금융감독원에 건물을 자산으로 삼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는다.

증권신고서가 승인되면 플랫폼 안에서 공모 청약을 진행해 투자금을 모으고 청약이 완료되면 투자자들에게 디지털화된 부동산 수익증권을 발행한다. 상품이 상장된 이후부터 투자자는 카사 플랫폼 안에서 수익증권을 매매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고소득 투자자와 전문투자자를 제외한 일반 개인 투자자는 1년에 2000만원까지만 카사 플랫폼을 통해 투자할 수 있으며 배당금은 3개월에 한 번씩 지급된다.



플랫폼에 상장된 건물의 등기부등본상 소유자는 카사와 계약을 맺은 부동산신탁사이며 수익증권의 발행과 건물 관리, 배당?매각 수익 지급 등의 업무도 부동산신탁사가 맡는다. ‘역삼 런던빌’의 경우 한국토지신탁이 이 같은 업무를 담당한다. 카사는 플랫폼 안에서 수익증권 매매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거래금액의 0.2%를 수수료로 받는 구조다.

카사코리아 관계자는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은 카사가 최초”라며 “플랫폼 서비스 기술을 인정받아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인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빌딩 특성 살려 빠르고, 더 높은 매각 차익 제시

현재 카사 플랫폼에 상장돼 있는 ‘역삼 런던빌’ 종목의 연간 예상 배당수익률은 공모가(5000원) 대비 3%대다. 2020년 증권시장에 상장한 6개 리츠들이 제시한 공모가(5000원) 대비 배당수익률이 연간 5~7%대인 걸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카사 측은 카사 플랫폼에 상장되는 상품은 중소형 빌딩의 특성상 배당수익보다는 자산 매각차익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한다. 비록 배당수익률은 낮을 수 있어도 향후 빌딩 매각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매각차익은 상장 리츠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카사 플랫폼에 상장된 빌딩들은 상장 이후 1년 뒤부터 자산 매각이 가능해진다. 빌딩 매입을 원하는 원매자가 나타날 경우 거래 조건을 공개하고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총회를 거쳐 매각 여부를 결정한다. 주식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자산 매각 여부를 묻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원매자 나타나면 온라인 총회 통해 자산 매각 여부 결정

카사 측은 편입 자산을 장기간 보유하는 경향이 강한 상장 리츠와는 달리 카사에 상장된 상품들은 상장 이후 1년 뒤부터 매각을 시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산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에 달하는 상장 리츠 편입 자산과는 달리 카사에 상장된 종목은 100억 원대 규모 중소형 빌딩을 자산으로 삼고 있어 매매 거래가 더 쉽고,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사 관계자는 “빌딩 매매 관련 통계를 분석하면 중소형 빌딩의 가격 상승률이 대형 빌딩들의 상승률보다 더 높게 나오고 있다”며 “대형 빌딩보다 가격 상승률이 더 높은 편이고, 더 빠른 시간 안에 매매 거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매각차익을 기대하고 투자한 투자자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상업용 토지?건물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인 밸류맵에 따르면 지난 1~6월 서울 지역에서 거래된 매매가 200억원 이하 중소형 빌딩의 거래액은 상반기 기준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6개월 동안 모두 10조3096억원에 달하는 매매거래가 이뤄져 2019년 상반기 거래액인 9조7091억원보다 6.18%가 늘어났다. 건물 연면적당 거래 가격도 12.26%가량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카사 플랫폼의 흥행 여부에 대해 우선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형 빌딩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 투자상품이라는 점은 신선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의견이다.

◆상장 리츠보다는 배당 수익의 안정성 떨어지는 건 약점

주로 대기업들이 임차해 사용하는 상장 리츠 소유 자산과는 달리 중소형 빌딩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은 사업체들이 입주해있어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보장하는 게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임대료가 미납되거나 빌딩에 공실이 발생할 경우 배당수익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기 호황기에는 중소형 빌딩의 가격 상승률이 높을 수 있어도 경기 침체기에는 그만큼 가격 하락폭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규모 플랫폼 안에서만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량이 적어 수익증권의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한 부동산 자산운용사 대표는 “현재 증시에 상장된 리츠들은 대부분 대기업들과 장기 임차 계약이 맺어져 있어 처음 약속했던 수준의 배당수익을 제공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상품들”이라며 “중소형 빌딩의 경우 아무래도 임차인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분 거래할 때마다 시세 차익 15.4% 세금으로 내야해

카사 플랫폼 안에서 수익증권을 거래할 때마다 시세 차익의 15.4%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거래금액의 0.2%(부가가치세 포함 시 0.22%)를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는 점도 적지 않은 단점으로 꼽힌다. 상장 리츠를 포함한 주식의 경우 법에 따른 대주주가 아니라면 거래금액의 0.25%를 증권거래세로 납부하는 것 외에는 별도의 세금 부담이 없다. 시세차익의 15.4%에 달하는 세금이 투자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당수익에 대한 세금도 카사 상품에는 다른 주식과 마찬가지로 15.4%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상장 리츠의 경우 3년간 5000만원의 투자금액에 한해 9%의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이 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종목을 3년간 보유해야 하며 투자자가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사를 통해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중소형 빌딩에 투자해 주로 자산 매각차익을 기대하는 카사와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추구하는 리츠는 조금 성격이 다른 상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종목들이 계속 상장되면서 실제로 매각 사례가 나와야 투자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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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