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 올해 상승종목은 40%뿐…시총 10위 절반 교체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0-12-31 08:35
수정 2020-12-31 08:49


일본증시가 31년 만의 최고치로 올해 거래를 마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일본증시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시가총액 10위 종목의 절반이 바뀌었다.

지난 30일 닛케이225지수는 27,444.17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거품경제가 한창이었던 1989년말 38,915를 기록한 이후 31년만의 최고치다. 올 한해 닛케이225지수는 16%(3787포인트) 상승했다. 상승폭 기준으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첫해인 2013년 5896포인트 이후 최대치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패닉장세를 연출했던 지난 3월19일 연중 최저가(16,552)와 지난 29일 최고가(27,568)의 차는 11,015포인트. 1년 동안 18,491포인트를 오르내렸던 1990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반영되긴 했지만 실물경제와 괴리는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실적개선보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올해 일본증시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 여전히 우세하다. 일본은행은 올 한해 상장지수펀드(ETF)를 사상 최대 규모인 7조1000억엔(약 75조원)어치 사들였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일본은행의 ETF 보유잔액이 47조엔으로 일본 공적연금(GPIF)을 제치고 '주식회사 일본'의 최대주주가 됐다고 분석했다.

증시가 3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종목별로는 양극화가 심한 한해였다. 도쿄증시 1부 상장사 가운데 연초 대비 주가가 오른 종목은 40%에 불과했다. 나머지 60%는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다. 1부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673조엔으로 683조엔이었던 2017년을 밑돌았다.

소프트뱅크그룹(70%), 닌텐도(50%), 소니(40%) 등 정보기술(IT) 및 게임회사 주가가 크게 뛰었다. 후지토 노리히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투자전략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안정적인 실적을 보여준 종목에 투자자금이 집중됐다"고 말했다.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가 극적으로 일어나면서 1년 만에 시가총액 10위권 기업의 절반이 바뀌었다. 닌텐도 이외에 중국 시장에서 실적이 급성장한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 전기자동차 모터 개발사 일본전산 등이 10위권에 올랐다.

시총 10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의약품 정보 사이트 엠쓰리는 주가수익률(PER)이 220배까지 오르며 성장주의 대표주자가 됐다. 올 한해 엠쓰리의 주가는 2.9배 상승하면서 시총 6조엔을 돌파했다.

반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정부의 휴대전화 요금 인하 정책으로 인해 KDDI, 소프트뱅크 등 이동통신 회사들은 시총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초저금리의 장기화로 일본 최대 금융그룹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의 주가도 20% 빠지면서 시총 10위권에서 탈락했다.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등 3대 메가뱅크의 시총은 총 14조엔으로 1년만에 4조엔 줄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