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개월 이어진 국정농단 재판…이재용, 오늘 최후진술

입력 2020-12-30 07:28
수정 2020-12-30 07:36

46개월, 일수로는 무려 1500일 넘게 이어져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30일 마무리된다. 이제 재판부의 판단만 남게 됐다.

다만 새해에도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은 또 다시 시작돼 삼성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하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후 2시5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10회 공판기일에 출석한다. 이 자리에서 특검 측은 구형을 진행한다. 이후 이 부회장 측이 약 2시간 최종변론을 하고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의 최후진술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기일은 특검과 변호인단의 최종변론을 위한 결심 공판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피고인들에 대한 구형을 진행할 예정인데, 양형 판단을 앞둔 이 부회장이 최후 진술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가장 주목된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서 최후 진술을 하는 건 2017년 12월 항소심 이후 3년 만이다. 재판부 양형에 주목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고 청탁한 후 그 대가로 약 300억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2월 기소됐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으나 지난해 8월 대법원은 2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50억원의 뇌물·횡령액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특검의 재판부 기피 신청 등으로 파기환송심만 1년여간 끌어온 이후 열린 이번 결심 공판에선 이 부회장의 유무죄 여부보단 재판부의 양형 판단이 가장 큰 관건으로 떠올랐다.


재판부가 삼성의 준법 의무와 의지를 실현하는 제도적·실질적 장치를 요구하면서 지난 1월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에 대한 평가를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뇌물공여가 수동적이었다는 점을 집중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은 그동안 공판에서 "(국정농단에 연루된) 다수 기업과 마찬가지로 삼성은 수동적, 비자발적 지원을 했다는 점을 양형에 고려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로 어쩔수 없이 이뤄졌고 승마지원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나 정유라의 존재를 모르던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질책 이후 급하게 이뤄졌다는 게 그동안 이 부회장 측이 일관되게 유지해온 입장이다.

반면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에게 최소 징역 5년 이상을 구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형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만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특검 측은 앞서 1심과 2심에서 각각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준법감시위 양형에 얼마나 고려되나관건은 뇌물 공여 의사의 정도가 어떠했는지 등과 함께 삼성 준법감시제도 평가가 얼마나 양형에 고려되느냐다.

특검 측은 준법감시위가 '이재용 부회장이 두려워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운영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논하는 것도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특검 측은 지난 공판 기일에서 "이 부회장의 권고형량 범위는 5년에서 16년 5개월 사이"라며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이 인정되더라도 징역 5년 이하의 형을 선고하는 사유는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대국민 사과' 등을 들어 실효성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호소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지난 5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4세 경영 포기, 무노조 경영 중단 등을 선언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자 전문심리위원까지 구성해 실효성 검증도 진행했다. 9차 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전문심리위원 3명 중 2명이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앞으로도 위원회 활동을 보완해나가는 한편 시민사회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유일한 양형 요소도 아니며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도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한 상황이라는 점을 미루어 보면, 결국 실효성과 양형 반영 여부 등은 재판부가 최종 판단하게 된다.

결심 공판 이후 선고까지는 통상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도 내년 초께 결론이 날 전망이다.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를 감안해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 처분을 내리면 삼성그룹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반면 특검의 구형대로 징역형이 선고될 경우 삼성은 그야말로 경영 시계제로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국정농단 재판이 끝나더라도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하다. 곧바로 내년 초 불법승계와 관련한 새로운 재판이 시작돼서다. 재계는 사법리스크 지속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나 삼성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