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자녀에게 주식계좌를 만들어 주는 부모가 크게 늘었다는 한경 보도(12월 30일자 A1, 3면)는 생활 속 경제교육이 뿌리내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장기·분산 투자라면 주식이 유망할 뿐 아니라, 경제현상과 기업활동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도 이른 나이부터 주식을 접하고 관심을 갖는 것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올 들어 미래에셋대우 NH 한국투자 등 주요 7개 증권사에 새로 개설된 미성년자 계좌는 31만554개로 전년(3만4835개) 대비 791%나 급증했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이후 30.75%, ‘코로나 쇼크’로 급락했던 3월 최저치 대비로는 99.63% 뛰면서 어제 사상 최고치(2873.47)로 한 해를 마감할 만큼 활황을 보인 영향이 컸다. 초저금리 시대여서 종잣돈을 마련해주는 방식으로 기존 예·적금 대신 주식에 주목한 부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자녀에게 ‘주식 사주기’ 붐이 일어난 만큼, 단순한 투자대상 전환을 넘어 이왕이면 경제·금융교육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하면 손실을 볼 위험성도 크다. 그러나 어린 자녀가 지닌 최대 자산은 ‘시간’이기에 만회할 기회도 많다.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하고 용돈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하면 과도한 기대수익이나 단타매매 유혹에 빠지지 않는 교육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교육열이 높지만 정작 살아가는 데 필수인 경제·금융교육은 정부도, 가정도 사실상 방치해 왔다. 워런 버핏, 앙드레 코스톨라니 같은 서구의 ‘전설’들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주식투자를 배운것과 대비된다. 2000년대 초 영국에선 어릴 때부터 투자수익과 투자위험을 가르칠 목적으로 정부 주도로 ‘차일드트러스트펀드’를 운영하기도 했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해당 기업을 소유하는 것이다. 소유하면 애착이 생기고, 더 잘 알기 위해 공부하게 된다. 미래세대가 앞으로 살아갈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길을 열어주는 것은 부모세대의 책무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