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다.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너머로 저물어가는 태양은 무엇이 아쉬운지 공사장 크레인에 매달렸다. 2020년은 ‘다사다난’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해였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는 격랑에 빠져들었고,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아야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의 집값은 14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이번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정책도 상승세를 꺾지 못해 ‘24전 24패’란 비아냥이 쏟아졌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해온 ‘열심히 저축하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순식간에 신화가 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불안해진 30~40대는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로 주택 구입에 나섰고, 잔뜩 오른 세금에 중산층의 허리가 휘청거렸다. 집이 없는 자도, 집이 있는 자도 모두 불행하게 느끼는 희한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우리에게 새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얼까? 노력하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 언젠가 양질의 내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되찾는 것 아닐까? 신축년의 태양은 그런 희망을 안고 떠오르길 기원할 뿐이다.
사진·글=신경훈 선임기자 khshin@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