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제를 개발하는 박셀바이오의 주가가 두 달 만에 15배 뛰었다. 간암치료제 임상 결과가 주목받으며 개인투자자가 몰린 영향이다. 지난 14일 발표한 무상증자도 주가를 밀어올렸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급격한 주가 상승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셀바이오는 30일 29.99% 오른 16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무상증자 권리락일임에도 주가가 급등하며 이틀 연속 상한가로 마감했다. 저점이던 10월 20일 1만225원보다 15배 오른 가격이다.
폭발적인 주가 상승 때문에 박셀바이오는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하는 공모주의 상징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상장주식 커뮤니티의 주주 게시판에는 해당 종목이 ‘제2의 박셀바이오’가 되길 기원하는 글이 넘친다. 30일 오전에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목록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화제가 됐다.
박셀바이오가 공모 때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수요예측 경쟁률은 94.18 대 1에 그쳐 흥행에 실패했다. 공모가도 희망범위 하단인 3만원으로 정해졌다. 상장 첫날인 9월 22일에는 공모가보다 29% 하락한 2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0월 중순 반전이 시작됐다. 개발 중인 간암치료제의 임상 결과를 설명한 한양증권 보고서가 입소문을 탔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간암치료제 ‘VAX-NK’의 임상 1상 데이터에서 환자 11명 중 4명이 완전관해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완전 관해는 암 치료를 판정하는 기준으로, 치료 후 암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무상증자도 주가를 밀어올렸다. 박셀바이오는 지난 14일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를 공시했다. 29일까지 주식을 산 주주가 신주를 받을 수 있으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 22일이다. 752만3000주였던 주식수는 무상증자 후 1504만6000주로 늘어난다. 30일 종가 기준으로 신주가 상장되면 시가총액은 2조5172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수요예측도 흥행에 실패했는데 가시적인 결과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주가가 무서운 속도로 오르는 것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상1, 2상 결과만 보고 투자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치료제가 효능을 인정받고 상용화돼 실적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 신라젠은 박셀바이오와 유사하게 임상2상 결과를 토대로 주가가 급등했다.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하는 중이다.
매출이 없는 기업이 무상증자를 하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통 무상증자는 재무상태가 건전해 잉여금이 있는 기업이 시행한다. 한 전문가는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악용해 주가를 부양하는 전략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