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30일 오후2시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은 '상저하고'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상반기 잠잠했던 거래 수요가 하반기에 한꺼번에 쏟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구조조정과 현금 수요, 미래 산업 재편에 대비하려는 기업들의 의지 등이 맞물린 결과다. 유동성 장세로 증시가 달아오른 덕분에 주식발행시장(ECM)도 활기를 띠었다. “빅딜마다 CS” 2년 연속 왕좌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와 에프앤가이드가 함께 집계한 2020년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M&A 전략을 총괄하고 딜을 주도하는 재무자문 부문(발표기준) 올해 1위는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이 차지했다. 2년 연속 수위다. 경영권 거래(사업부 및 영업양수도 포함) 본계약 기준으로 CS는 올해 총 11건, 금액으로 17조1494억원 규모 거래를 성사시켰다.
올해 큰 딜 대부분은 이경인 CS IB 대표의 손을 거쳤다.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모트롤BG(45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등의 매각 자문을 맡았다. 대한항공이 내놓은 기내식 및 기내면세품 사업부(9906억원) 매각 자문사로서 한앤컴퍼니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재무자문 2위는 투자은행(IB) 업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박장호 대표가 15년째 이끌고 있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총 4건, 12조2806억원)이었다. 올해 최대 빅딜인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건을 성사시킨 주역이다. 작년 6월부터 SK하이닉스와 인텔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씨티는 산업·의료용 폐기물업체인 ESG그룹 매각(8750억원)과 3분기 빅딜로 꼽힌 환경폐기물업체 EMC홀딩스 매각(1조500억원) 등도 담당했다.
10조원 규모의 인텔 메모리 인수 건은 올해 재무자문 외에도 회계실사, 법률자문 등 M&A 관련 리그테이블 전체를 뒤흔든 요소였다.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를 대리한 씨티 및 인텔 측을 대리한 BoA(옛 메릴린치)는 물론이고 인수 자금조달 등에서 추가적인 역할을 맡은 CS와 도이치증권도 이 거래를 바탕으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삼일PwC는 글로벌 IB들 사이에서 당당히 재무자문 5위를 차지했다. 삼정KPMG도 9위에 올라 회계법인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법률자문은 “역시 김앤장”회계실사 부문에서는 EY한영이 10조원 규모의 SK하이닉스-인텔 거래에 참여하면서 1위를 거머쥐었다. EY한영은 총합 14건, 14조4711억원 거래에서 기업 매도자, 매수자들의 재무제표에 대한 실사를 자문했다. 법률자문 부문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모두 30조2228억원 규모의 경영권 거래에 참여하면서 명실상부한 1위임을 재확인했다. 거래 건수로도 62건을 성공시켜 다른 로펌을 압도했다. 인수금융 시장에서는 삼성증권(2조757억원)이 1위를 차지했다. 4건의 인수금융과 7건의 리파이낸싱 거래 실적을 올렸다. 1조5300억원 규모의 대성산업가스 인수금융 등 주요 조 단위 규모 거래를 주선한 덕분이다. ECM 규모 작년 2배로올해 주식발행시장(ECM)은 ‘대호황’이었다. 국내 IB들의 ECM 대표주관 실적은 총 11조9467억원으로 전년보다 90% 늘었다. 특히 유상증자 대표주관 실적이 6조7390억원으로 154%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9건, 2조9005억원어치 거래를 대표주관하며 2016년 이후 4년 만에 1위를 탈환했다. 두산중공업과 대한항공, 에이치엘비, 두산퓨얼셀 등 대형 유상증자를 연이어 맡은 덕분이다. 2위는 2조2833억원의 실적을 낸 NH투자증권이다. 2017~2019년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NH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도 1위를 달렸다.
다만 4분기에 다소 주춤하며 2위로 마감했다. NH는 올해 IPO 최대어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SK바이오팜 상장을 대표주관했다.
뜨거운 공모주 투자열기로 기업공개(IPO) 주관사 경쟁도 치열했다. IPO 대표주관 실적 순위는 NH투자증권(8718억원·13건), 한국투자증권(8584억원·15건), 미래에셋대우(7308억원·18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3117억원·1건), 삼성증권(2751억원·6건) 순이었다. KB증권, 8년 연속 DCM 1위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었던 저신용 회사채 시장은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등의 가동으로 빠르게 안정됐다.
KB증권이 올해 584건, 24조742억원어치 채권(은행채·특수채 제외)을 찍어 8년 연속 채권발행시장(DCM) 1위에 올랐다. KB증권이 주관한 회사채 발행 규모는 작년보다 11% 늘었다. 일반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주요 분야에서 고르게 성과를 내며 여유롭게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한양증권이 127건, 6조9309억원의 실적을 내면서 미래에셋대우를 밀어내고 리그테이블 집계 이후 처음으로 5위권에 진입했다. 지난해 실적은 45건 2조5775억원에 불과했으나 1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김리안/임근호/이현일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