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연말결산] 트로트에 19금, 막장까지…TV는 '어른 입맛'

입력 2020-12-31 08:06


2020년은 '어른'들의 시청률 파워를 입증한 한 해 였다. 예능은 트로트, 드라마는 19금 시청가를 단 드라마들이 인기를 모으며 트렌드를 견인했다. 올해 1월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조선 '미스터트롯'이 35.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예능의 신기원을 열었고, JTBC '부부의 세계', SBS '펜트하우스'로 이어지는 19금 드라마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미스터트롯'의 뒤를 잇는 '미스트롯2'는 첫 방송부터 시청률 시청률 28.6%를 세웠고, '펜트하우스'는 시즌2 제작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여기에 '펜트하우스' 김순옥 작가와 더불어 'K-막장' 트로이카로 불리는 임성한 작가, 문영남 작가도 내년 복귀 소식을 전한 만큼 어른 취향 저격 방송은 2021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임영웅에 나훈아까지, 트롯 열풍
임영웅을 탄생시킨 '미스터트롯'의 열풍은 침체기를 겪었던 국내 방송가에 새 기운을 불어넣었다.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은 '예능 치트키'로 불리며 게스트로 등장할 때마다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이들을 주축으로 내세운 TV조선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타' 등도 20%를 넘기는 시청률로 '국민 예능' 타이틀을 단숨에 거머쥐었다.

이에 타 방송사들도 KBS 2TV '트롯전국체전' MBC '트로트의 민족', SBS '트롯신이 떴다', MBN '로또싱어', '보이스트롯' 등 트로트를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대거 등장했다.

여기에 정점을 찍은 건 나훈아였다. 나훈아는 KBS 추석 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로 비대면 콘서트를 선보였고, 재방송이나 온라인 공개가 없다는 말에 시청률은 29.0%까지 치솟았다. 나훈아의 신곡 '테스형'은 방송 이후에도 회자되면서 수많은 곳에서 패러디됐고, 결국 KBS는 전격 재방송을 결정하기도 했다.

유재석 아닌 유산슬, 올해엔 유두래곤에 지미유까지
지난해 '부캐' 유산슬로 트로트 열풍에 불을 지폈던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싹쓰리, 환불원정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유재석의 또 다른 부캐를 선보였다. 유재석은 비, 이효리와 함께한 싹쓰리에서는 유두래곤으로 분해 린다G, 비룡으로 분한 이효리, 비를 이끌었다. 싹쓰리가 발표한 '다시 여름 바닷가', '그 여름을 틀어줘'는 발매와 동시에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또한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가 각각 만옥, 천옥, 은비, 실비로 분한 환불원정대 역시 '돈 터치 미'(Don't Touch Me)를 발표하며 걸크러시 매력을 뽐내며 사랑받았다. 유재석은 이들의 제작자 지미유를 부캐로 내세웠다. 이외에도 유재석은 '닭터유', '유팡' 등의 부캐로도 활약했다.

유재석 뿐 아니라 개그우먼 김신영도 둘째이모 김다비로 분해 트로트 곡 '주라주라'를 발표했고, 신봉선은 캡사이신이라는 부캐로 '매운 사랑'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19금 달고, 다 보여준다
올 상반기 신드롬적인 인기를 모았던 JTBC '부부의 세계'는 대부분의 회차가 '19금'이었다. 김희애의 파격적인 베드신을 시작으로 인간의 욕망, 부부간의 배신과 애증의 감정을 깊은 고찰과 빠른 전개로 묘사하며 사랑받았다. 소재와 설정만 놓고 본다면 막장 불륜극이지만, 웰메이드 반열에 오르면서 마지막회 시청률은 28.4%를 기록, JTBC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 했다. '부의 세계'를 이끈 김희애는 한국갤럽이 조사한 올해의 탤런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반기에 등장한 자극 끝판왕은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다. '아내의 유혹'부터 전작 '황후의 품격'까지 한국 막장계 대모로 꼽히는 김순옥 작가는 '펜트하우스'를 통해 대한민국 최고 집값을 자랑하는 주상복합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비뚫어진 욕망을 그려냈다.

중학생들의 충격적인 학교 폭력, 매회 등장 인물들의 분노와 고성이 오가는 전개로 '19금' 관람가를 결정했지만, "욕하면서 본다"는 말처럼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일찌감치 시즌2 제작을 확정짓고, 시즌1 종영은 단 2회만 남겨 놓은 상황.

더욱이 내년엔 김순옥 작가와 함께 '절필' 선언 후 6년 만에 돌아오는 임성한 작가, 문영남 작가가 복귀하는 만큼 이들이 선보일 'K막장'의 세계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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