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결산 마켓인사이트 리그테이블-재무자문]"빅딜마다 CS"..'10-10클럽' 2번째 달성

입력 2020-12-30 13:53
수정 2021-10-15 14:50
이 기사는 12월 30일 13:53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12월30일(13:5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럽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2020년 기업 인수합병(M&A) 재무자문 분야에서 10-10 클럽(거래 규모 10조 이상, 거래 건수 10건 이상)을 또 한번 달성하면서 '왕좌 수성'에 성공했다. 올해는 국내 M&A 역사상 역대급 규모의 거래로 손꼽히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올해 하반기 리그테이블 순위를 좌지우지했다.

30일 한국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공동으로 2020년 기업 M&A 실적을 집계한 결과 CS는 M&A 전략을 총괄적으로 세우고 딜을 주도하는 재무자문 부문에서 발표기준(본계약 체결 시점 기준으로 집계한 경영권 거래·사업부 및 영업양수도 포함)으로 총 11건, 17조1494억원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1위를 차지했다. CS는 지난해 1~4분기 전체 재무자문에서도 1위에 등극했다. 2017년 이경인 CS IB부문 대표 체제로 바뀐 후 CS는 4년 동안 3차례 재무자문 1위에 올랐다.

CS는 올해 1분기에 SK네트웍스의 주유소사업부 매각 거래(1조3321억원)를 자문한 데 이어 2, 3분기에는 두산그룹과 한진그룹발 구조조정 거래에 대거 참여했다. (주)두산의 유압기기 사업부 두산모트롤BG 매각 자문을 따냈고 벤처캐피털(VC) 네오플럭스 매각에서는 신한금융지주의 인수 자문을 맡았다.

두산솔루스의 경우 매각주관사 지위를 놓쳤지만, 인수자 측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자문을 따내면서 결과적으로 두산그룹발 구조조정 매물 대부분에 관여하는 기염을 토했다. 모트롤BG(45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등 두산그룹발 거래규모는 1조원이 넘었다. CS는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자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대한항공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내놓은 기내식·기내면세품 사업부(9906억원)의 매각자문을 맡아 한앤컴퍼니에 순조롭게 매각한 것도 CS다. 이밖에도 SKC의 SK바이오랜드 매각(1204억원), 글로벌 PEF 운용사 칼라일의 약진통상 매각(593억원) 등 중소형 거래까지 두루 섭렵했다.

CS는 하반기에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건에서 거래 종결까지 자금 조달 등을 돕기로 했다. 거래규모 10조3104억원에 달하는 M&A 자문에 막판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국내 투자은행(IB) 명가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다. CS는 올해 한 차례 무산됐던 산업은행·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에서도 대한항공을 최종 인수자로 협상하는 거래(2조6000억원)를 성사시켰다.

2위의 영광은 'IB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 박장호 대표가 15년째 이끌고 있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에 돌아갔다. 총 4건, 12조2806억원 규모다. 씨티는 굵직한 M&A들 위주로 자문계약을 따낸 뒤 거래를 성사시키는 정공법을 유지하고 있는 IB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건에서는 작년 6월 무렵부터 직접 SK하이닉스에 접촉해 인텔과의 거래를 성사시킨 주역이다. 이는 인텔 측이 배포한 공식 자료에서도 인정됐다. 씨티는 앞서 상반기에도 산업·의료용 폐기물업체인 ESG그룹 매각(8750억원)과 3분기 빅딜로 꼽힌 환경폐기물업체 EMC홀딩스 매각(1조500억원) 등을 자문했다.

3, 4위에 각각 이름을 올린 도이치증권(2건, 10조7610억원)과 BOA메릴린치(3건, 10조7515억원)도 SK하이닉스-인텔 낸드사업부 거래에 관여하면서 5위권 안으로 단숨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도이치증권은 CS와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의 자금조달 등 실제 인수과정을 도울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인텔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거래가 1차 종결이 내년 말에 예정돼있고,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의 잔액을 지급하는 최종 종결시점은 2025년인 장기간 거래라 관여한 IB들이 많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이치증권은 상반기에는 현대캐피탈의 독일 리스회사 식스트리싱 인수(4506억원) 거래에도 참전했다.

BOA메릴린치는 미국 본사와 함께 인텔 측을 도와 SK하이닉스에 낸드사업부를 매각하는 계약체결을 무사히 마무리지었다. 셀트리온의 다케다제약 아태지역 프라이머리케어 사업부 인수(3324억원) 당시 매각 측 자문도 BOA메릴린치가 해외지사와 함께 성사시켰다. 이뿐 아니라 채권단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팔기 어려운 매물로 꼽힌 딜라이브의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iHQ 매각(1087억원) 거래도 성공시켰다.

삼일PwC는 국내 회계법인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글로벌 IB들 사이에서 당당히 5위를 차지했다. 총 40건, 4조4315억원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조(兆) 단위 대형 거래보다 중소형 거래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삼일PwC는 두산솔루스 매각(6986억원), KDB생명보험 매각(5500억원), SK케미칼 바이오에너지 영업사업부 매각(3825억원) 등을 두루 주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