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쓰는 안전벨트를 처음 생산한 회사는 어디일까. ‘벤츠’ ‘포드’ 등 역사가 깊은 자동차 회사일 것 같지만 답은 ‘볼보’다. ‘안전’을 브랜드 가치로 내세우며 등장한 볼보는 1959년 어깨와 허리를 감싸는 3점식 안전벨트를 최초로 개발했다. 이 안전벨트는 약 60년간 세계 1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구했다.
볼보가 안전의 범위를 한층 더 넓혔다. 올해 전 라인업에서 디젤 모델을 빼고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새로 추가하면서다. 더 이상 도로 위의 안전에만 머무르지 않고 탄소중립을 통해 지구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목표다. 2025년까지는 세계 판매량의 50%를 순수 전기차, 나머지를 하이브리드로 구성하기로 했다. 볼보의 V60과 S60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해봤다.
V60는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강점을 모은 크로스오버 차량이다. 세단보다 지상고가 높아 시야가 탁 트인다. 이번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 V60보다도 74㎜ 높였다. 동시에 동급 SUV보다는 약간 낮아 세단처럼 안정적인 승차감도 확보했다. 전장(차량 길이) 4785㎜, 휠베이스(앞뒤 바퀴축 사이 간격) 2875㎜로 내부 공간도 눈에 띄게 넓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용량이 1441L까지 늘어나 ‘차박’(차 안에서 즐기는 캠핑)에도 적합하다.
V60 하이브리드 모델은 B5 엔진을 적용했다. 2.0L 가솔린 엔진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결합했다. 연비를 10% 개선하는 동시에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g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최고출력은 250마력(PS), 최대토크 35.7㎏·m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려도 차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아 안정적이었다.
S60 하이브리드 역시 B5 엔진을 장착했다. 복합연비는 11.6㎞/L다. 특히 도심에서는 볼보의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 기술이 빛을 발했다. 도로에 무단주차돼 있는 차를 피하기 위해 후진하는 순간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급정지했다. 뒤에 미처 보지 못한 안전봉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 제동 기능’이 발동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로 이탈 완화 기능,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 등 첨단 안전 사양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수입차 브랜드의 ‘약점’으로 꼽히는 내비게이션 기능도 기대 이상이었다. 보통 구글맵 기반으로 내비게이션을 제공하는 수입차는 최적화된 경로를 제공하지 않아 시간이 다소 많이 걸릴 때가 있다. 하지만 볼보는 도로상황을 분석해 조금이라도 빨리 갈 수 있는 경로를 실시간으로 안내해준다. 증강현실(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통해 전면 유리창만 보고도 방향 전환점을 알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가격은 V60 B5가 5330만원, S60 B5가 4810만~5410만원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